국정원 정정보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
“보도 공익성 커…보도는 언론의 사명에 부합”
“보도 공익성 커…보도는 언론의 사명에 부합”
국가정보원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방사능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실험결과 공개를 막았다는 <한겨레> 보도가 진실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고의영)는 ‘국정원, 후쿠시마 방사능 유입 경고 막았다’는 기사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국정원과 국가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처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한겨레>는 2012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11년 3월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험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결론을 냈지만, 이를 미리 안 국가정보원이 대외비를 요구해 실험 결과를 폐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정부 관계자의 해당 발언은 사실로 인정되고 허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보도가 진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1년 3월17~24일 일본 방사능 확산경로를 예측해 우리나라에 유입될 수 있다는 모델링 결과를 얻었다. 해당 시뮬레이션 그림은 3월26일 <한국방송> 아침뉴스에 방영됐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그림을 내보내면서 우리나라에 유입될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기상청의 공식 입장은 방사능이 우리나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3월21일 라디오연설에서 “방사성 물질은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일반인들은 한국방송 아침뉴스를 통해 (방사능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모델링 결과를 알 수 없었다. 이 결과는 기상청 공식입장이나 대통령의 언급과 차이가 있고 일반인에게 알려질 경우 혼란과 우려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모델링 결과가 일반인에게 알려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민 안전에 직결되는 방사능 유입에 관한 연구결과를 유관기관이 은폐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은 공익성의 정도가 매우 크므로, 관련 의혹 내용을 직접 들은 기자가 이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존재 의의와 사명에 부합한다. 더욱이 국가는 국립환경과학원에 전화한 국정원 직원을 조사하는 등 정확한 사실조사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고, 소송 관련 사항에 대한 답변도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보도가 진실이 아니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정당한 언론 활동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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