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25일 오후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다닥다닥 붙은 학원 간판이었다. 네거리에 나란히 붙어있는 4층짜리 건물은 1층을 제외하고 모두 학원이 들어서 있다. 논술·영어·수학·미술뿐 아니라 ‘입시컨설팅’ 학원도 즐비했다. 대치동 일대에는 학원 1030곳이 성행하고 있다.
이렇게 밀집한 학원은 이 일대를 매일 밤 교통지옥에 빠뜨린다. 학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실어나르려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사교육 1번지를 ‘대형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리는 탓이다. 특히 2008년부터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이 금지되면서 심야 주차난은 일상이 돼버렸다. 이 동네에서 4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민아무개(41)씨는 “얼마 전 밤 10시에 출근한 적이 있는데 골목에 차가 꽉 막혀 건물에 주차하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큰 도로에 차를 대지 못한 차량이 골목까지 밀려드는데 처음에 왔을 때는 많이 싸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편의점 맞은편에는 ‘불법 주·정차 CCTV 집중단속을 실시한다’는 펼침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은마아파트에 사는 이아무개(50)씨는 “대부분 주민들이 그 시간에 차를 갖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골목입구에서 아파트까지 1분이면 올 거리를 길게는 20분이 걸리니 어떤 주민들이 좋아하겠냐”고 되물었다. 현대아파트에 사는 이영훈(19)씨는 “밤 9시30분 정도부터 1시간가량 주변이 꽉 막힌다. 골목에 차들이 엉켜있어 건물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지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이 교통지옥 해결에 팔을 걷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대치동 학원가 일대를 ‘무질서 특별관리 구역’으로 지정해 집중 단속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강남구청과 함께 학원이 끝나는 시간 전후로 블랙박스와 이동영상 단속 장비를 활용해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주민들은 경찰의 단속강화를 반기면서도, 일부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고순강(56)씨는 “단속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들었다. 시시티브이로 찍고 단속하면 예전보다 덜 와야 할 텐데 차량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편의점주 민아무개씨도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을 어떻게 막겠나. 경찰이 단속하면 하루이틀은 나아질지 몰라도 학원을 분산시키지 않는 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불법주차 단속과 함께 ‘대체 공간’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 곽창용 수서경찰서 교통과장은 “구청과 협의해 근처 백화점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와 수서경찰서, 주민들과 강남보습학원연합회 등은 지난해에도 ‘대중교통 이용하기, 불법 주정차 안하기’ 캠페인과 더불어 불법 주차 집중단속을 벌였지만 주차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야간 주차대란은 해결되지 않았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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