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1시 43분께 서울 송파구에서 시내버스가 차량과 버스를 잇달아 들이받으며 두 차례 사고를 내 2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경찰 “피로감에서 1차 사고 발생…2차는 복합적 요인”
블랙박스 영상엔 사고를 피하려는 운전자의 모습 담겨
차량 결함 가능성도…현대차에 사고기록장치 분석 요청
블랙박스 영상엔 사고를 피하려는 운전자의 모습 담겨
차량 결함 가능성도…현대차에 사고기록장치 분석 요청
19명의 사상자를 낸 ‘송파 버스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운전자의 ‘졸음 운전’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지만 차량 기계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9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운전자가 당일 18시간 근무를 하며 극도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 운전을 해 1차 사고가 발생했고, 2차 사고는 운전자 과실과 차량 결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다”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사망한 운전자 염아무개(60)씨는 지난 19일 밤 9시55분께 강동차고지를 출발해 27차례 정도 졸음 징후를 보였다. 사고가 나기 8분 전인 밤 11시38분께는 조는 바람에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10초 정도 늦게 출발했다. 경찰은 “운전자가 서행을 하다가 1차 사고 전에 가속이 이루어지는 밤 11시42분35초에 브레이크를 밟은 장면이 나오는데,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보면, 밤11시42분23초에 8초간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 외에는 1차 사고와 2차 사고 사이의 ‘우회전 사고’ 전까지 브레이크를 작동한 기록이 없다. 경찰은 운전석 쪽에 달려 있는 운행기록계가 우회전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그 뒤 기록이 끊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차량 기계 결함 의혹도 남는다. 경찰이 28일 공개한 2분1초 분량의 사고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운전자 염씨는 택시를 들이받는 3중 추돌을 낸 뒤 입술을 꽉 깨물고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피했다. 앞이 차들로 막혀있자 우회전을 한 뒤 4차로에 있던 버스(30-1번) 뒷부분을 들이박았다. 이 영상은 2차 사고 5초 전까지만 기록돼 있다.
경찰은 1차 사고와 2차 사고 사이의 차량 기계 결함에 대해 수사중에 있다고 밝히면서도 운전자가 적극적인 사고 회피 노력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윤병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비슷하게 전방위 추돌 사고가 났던 ‘인천 버스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3번 정도 장애물을 들이박는 등 적극적으로 사고 회피 노력을 했다. 그러나 송파버스 운전자는 우회전 사고 때 펜스에 부딪힌 게 전부라 적극적 회피 노력을 했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기록 장치’ 조사와 관련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제작사인 현대자동차에 협조를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주행·추돌 당시 속도, 브레이크 조작 여부, 에어백 작동 여부 등 핵심 정보들이 담겨 있는 사고기록장치는 소유권이 버스회사에 있어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이 있으면 누구든지 볼 수 있다. 하지만 분석은 제작사에서 할 수 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보통 급발진 의혹이 있을 때 제작사는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공개를 안 한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서 해결될 사항이 아니라 협조해서 가야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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