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위원장 “오는 31일 교섭 결렬시 총파업 결의할 것”
‘야간시위’를 전면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뒤 도심에서 첫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전국철도노동조합원 조합원 4000여명(경찰추산 3500여명)은 오후 3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코레일의 강제전보 계획을 규탄하는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여야 국회와의 사회적 합의를 철회한 이후 철도공사가 노조의 계속된 교섭 요구는 묵살하면서 탄압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코레일 측의 강제전보 계획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수서 KTX 분할과 민영화를 반대했던 철도노동자 404명을 징계하고 162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116억에 달하는 가압류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 이제는 조합원에 대한 보복적 탄압으로 강제전출까지 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지난 27일 효율적 인력 운영을 통한 조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원 대비 3% 수준인 850명가량을 상반기 순환 전보 및 인사 교류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고 인사위원회를 거쳐 다음 달 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보조치로 인해 오히려 효율성과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석운 KTX 민영화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눈을 감고 운전해도 된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숙련된 기관사들을 다른 노선, 지역으로 보내면 어떤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철도기관사의 강제전보를 반대하는 것은 교통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성계(45) 광주기관차승무지부장은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단 한 명도 타지로 보낼 수 없고, 철도 안전을 최후의 보루로 하는 기관사들이기 때문에 의리와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다”라고 강조했다.
오후 4시께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과 박현수 차량국장을 비롯한 조합원 100여명은 코레일 결정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가졌다. 이들은 이발가운 대신 ‘민영화 반대’ 등이 적힌 현수막을 목에 둘렀다.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이용해 현수막을 목에 고정시켰다. 바리캉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머리가 한 움큼씩 바닥에 떨어졌다. 고개를 숙이고 삭발을 하던 청량리 기관사 이승훈(36)씨는 바리캉이 지나갈 때마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씨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민영화 반대 등 큰 뜻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삭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다시 한번 총파업에 돌입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오는 31일 교섭이 결렬되면 다시 한 번 총파업을 결의할 것이다. 다음달 1일 전 조합원이 주간농성에 돌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철도노조 측은 집회를 마친 뒤 숭례문·한국은행·을지로 입구를 지나 서울시청까지 1시간가량 행진했다. 이날 행진은 오후 5시30분께 끝났으며 경찰과 충돌은 없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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