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옆 길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뤘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꽃길을 거닐며 봄을 만끽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초여름 날씨 방불 이상고온탓
평년 비해 보름가량 앞당겨져
서울선 관측사상 첫 3월 개화
지자체, 평년 기준 축제일정 잡아
유관기관 협의 등 마쳐 변경 쉽잖아
‘꽃 없는 봄꽃축제’ 될까 노심초사
평년 비해 보름가량 앞당겨져
서울선 관측사상 첫 3월 개화
지자체, 평년 기준 축제일정 잡아
유관기관 협의 등 마쳐 변경 쉽잖아
‘꽃 없는 봄꽃축제’ 될까 노심초사
너무 일찍 핀 벚꽃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마다 긴급대책회의가 열리는 등 전국에서 ‘꽃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올해 벚꽃이 평년에 견줘 보름가량 일찍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피어났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자연의 ‘심술’에 예년 개화 시기에 맞춰 봄꽃축제 일정을 짰던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봄비까지 예보돼 졸지에 ‘꽃 없는 봄꽃축제’가 열릴 판이다.
기상청 집계를 보면, 올해 벚꽃은 25일 제주 서귀포와 부산을 시작으로 26일 전남 여수, 27일 대구, 경북 포항, 경남 통영, 28일 서울, 대전, 광주, 전북 전주, 29일 충북 청주 등 중부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개화했다. 벚꽃 개화는 각 지역의 대표 기상관측 지점에 있는 관측나무에서 세 송이 이상이 완전히 꽃망울을 터뜨렸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벚나무의 개화 시기는 28일로, 지난해보다 18일이나 빨랐다. 서울의 대표 벚꽃 거리인 여의도 윤중로 일대 벚꽃은 29일 개화했다. 서울에서 3월에 벚꽃이 핀 것은 1922년 기상청이 벚꽃 개화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기상청은 애초 올해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를 4월11일로 예상했었다.
일찍 찾아온 벚꽃 소식에 30일 여의도 윤중로 일대는 꽃구경 인파로 붐볐는데, 관할 지자체인 영등포구청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영등포구청은 4월13~20일 ‘제10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계획하고 업체 계약 등을 모두 마친 상태다. 오승환 영등포구 행정국장은 “기존 계획대로 행사를 추진하려고 생각했는데 상황을 보니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다음달 4일 봄비까지 예보돼 있다. 봄비에 벚꽃이 지면 맥빠진 벚꽃축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정 변경도 쉽지 않다. 영등포구청은 이미 국회와 영등포경찰서 등 유관 기관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재즈 페스티벌 등 문화 행사를 위해 무대 설치 업체 등과의 계약도 완료했다. 구청 관계자는 “31일 회의를 열어 축제와 관련된 사항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충남 공주 계룡산의 ‘동학사 벚꽃축제’를 주관하는 동학사발전추진위원회도 고민에 빠졌다. 4월10일부터 열흘간 축제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상고온 탓에 이미 꽃봉오리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추진위는 3~4일 뒤면 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예보돼 축제 전에 꽃이 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일부 상인들은 축제를 앞당기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위원회 관계자는 “축제를 일주일가량 앞당기려 했으나 공주시에 낸 축제 인허가 기간과 출연 연예인 일정 등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아 축제는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 양평군 개군면에서는 4월4~6일 ‘제11회 양평 산수유·한우 축제’가 열리지만, 행사를 한 주 앞두고 이미 산수유꽃이 만개한 탓에 고민에 빠졌다. 개군면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방문객을 예상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비 예보도 있어 만개한 꽃이 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욱 김정수, 대전/송인걸, 수원/홍용덕 기자 uk@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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