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국땅에서도 한국사람답게 죽음 맞고파… 실버타운 세우는 파독간호사들

등록 2014-04-01 21:33

독일 베를린에 있는 호스피스 자원봉사 단체 ‘동행’ 사무실에서 파독 간호사들이 각자 마련해 온 한국 음식으로 점심을 들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호스피스 자원봉사 단체 ‘동행’ 사무실에서 파독 간호사들이 각자 마련해 온 한국 음식으로 점심을 들고 있다.
독일 이민자 호스피스 단체 ‘동행’
외로이 노후 보내는 아시아인 위해
고국향수 달랠 노후시설 건립 나서
돼지고기 비곗살을 두툼하게 썰어넣은 김치찌개, 배추김치, 잡곡밥에 참나물 무침, 버섯볶음과 멸치볶음…. 매주 목요일 점심, 독일 베를린의 호스피스 자원봉사단체 ‘동행’(Mitgehen) 사무실에서는 할머니가 된 파독 간호사들이 고국의 밥상을 차린다.

“참나물은 데쳐서 바로 얼려야 한국에서 말린 것처럼 먹을 수 있어.” “봄이 되면 냉이랑 쑥이랑 한번 뜯으러 가야지.” 파독 간호사들은 고국을 떠난 지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독일의 산과 들로 어린 시절 먹던 나물을 찾아다니며 ‘한국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있다.

‘한국 사람’답게 노후를 보내려는 파독 간호사 등 독일 이민 1세대가 동아시아 독일 이민자들을 위한 실버타운 ‘동행하우스’ 건립에 나섰다. 2005년에 독일 유일의 이민자를 위한 호스피스 자원봉사단체인 ‘동행’을 만든 김인선(64) 대표와 파독 간호사들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최근 베를린의 ‘동행’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치매에 걸린 70대 파독 광부는 다른 건 기억을 못해도 아리랑만큼은 따라 부른다. 독일은 복지가 잘돼 있어 병들면 요양병원에 갈 수 있지만, 한국말도 안 통하고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없는 곳에서 괴롭긴 마찬가지다. 이민자들이 자기 문화를 누리며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동행하우스’”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 교민은 3만여명이다. 파독 광부·간호사가 1만2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1963~77년 광부 7936명, 간호사 1만1057명이 파견됐다. 세월 따라 이들도 늙어 이국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동행’을 통해 한국·중국·일본·타이·베트남 등 동아시아 12개 나라 이민자들의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 활동을 해왔다. 이민자들과 같은 나라 출신의 호스피스를 연결해 임종 순간만큼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도록 했다. 9년 동안 1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450여명의 임종을 지켰다. 파독 간호사들이 호스피스가 되어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임종을 지키기도 했다.

동포의 쓸쓸한 죽음을 지켜본 파독 간호사들은 ‘동행하우스’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파독 간호사 이수현(68)씨는 “한인 공동체가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친목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다. 독일식 교육을 받은 자녀들에게 외면당하는 분도 많다”고 했다.

‘동행하우스’는 한국인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이민자들을 아우르는 ‘다문화 실버타운’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동행’이 2008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한테서 감사패를 받고, 2010년 김 대표가 ‘베를린의 얼굴 204인’에 꼽히는 등 독일 사회의 인정을 받는 것도 다른 나라 이주민까지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원을 꺼리는 것이 늘 아쉽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국인들만의 공간을 만들면 독일 사회에서 섬처럼 고립된다. 다문화 교육 공간으로 만들어 독일 사회와 소통해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