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장례식 모습.
고슴도치·이구아나·흰쥐 등 장례식 늘어
꽃으로 장식한 제단 위에 고슴도치 ‘까까’가 올려졌다.(사진) 까까의 몸은 굳었지만, 지난 5년을 함께한 이보람(23)씨는 손을 떼지 못했다. 의전을 맡은 설완종(65) 의전팀장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물티슈로 정성스럽게 까까의 입과 꼬리를 닦았다.
2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ㅇ반려동물 상조회사에서 ‘고슴도치 장례식’이 열렸다. 13㎡ 남짓한 방 가운데에 놓인 제단에는 사진 대신 까까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잊지 않을게.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어라’라는 문구가 걸렸다. 이씨는 향을 피우고 까까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에 인연이 돼서 꼭 만나자.” 이씨는 안경 너머로 흐르는 눈물을 계속 훔쳤다.
이씨가 까까를 만난 건 2009년 고등학교 3학년 때다. 혼자 살게 되면서 고슴도치를 분양받았다. 호기심으로 키운 고슴도치였지만 까까는 곧 ‘가족’이 됐다. 처음엔 가시를 꼿꼿하게 세웠지만 까까도 이내 이씨에게 마음을 열었다. 고슴도치의 평균 수명은 4~5년 정도다. “자식같이 키운 까까인데 그냥 쓰레기봉투에 어떻게 버려요. 가족이나 친구가 죽었다면 그러지 않잖아요.”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만 허용되고, 사체를 매립 시설이 아닌 곳에 묻으면 처벌을 받는다.
20분간의 장례식이 끝난 뒤 까까는 ‘건조장’으로 옮겨졌다. 40여분간의 건조 과정을 마친 까까는 한줌 재로 항아리에 담겨 다시 이씨의 품으로 돌아갔다.
ㅇ상조회사 홍장의 금천지점장은 “2012년부터 고슴도치 장례식이 증가했다. 한 달에 많을 때는 7~8마리의 장례를 치른다”며 “이구아나, 흰쥐, 소형 조류 등의 장례를 요청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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