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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라매병원, 임신 간호사 해고…비정규직 악용 ‘고질병’

등록 2014-04-08 20:21수정 2014-04-09 08:48

‘정규직 고용’ 지침 외면한채
상시업무에 계약직 고용 반복
여성 비정규직 133명 일하지만
작년 무기계약직 전환 13명뿐

“해법 모색” 서울시 권고도 무시
병원, 해고 임신부와 대화 안해
강지영(가명·32)씨는 여느 때처럼 간호사 구인 사이트에 접속했다. 6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 간호사인 그는 늘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지난해 11월19일 강씨는 그곳에 올라온 구인 광고를 보고 당황했다. 그가 일하는 서울시립보라매병원에서 수술장 비정규직 간호사 2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린 것이다. 그날 수간호사는 강씨를 불렀다. 그달에 계약이 만료된다고 했다. 병원 쪽은 재계약 평가 점수가 낮다고 했지만, 강씨는 몇달 전 수간호사에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린 일이 떠올랐다.

2012년 3월 입사한 강씨는 해고 전까지 4차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6개월짜리 계약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던 중 아이를 갖게 됐고, 지난해 9월17일 수간호사에게 이를 알렸다. 수술실에서 방사선에 노출되면 기형아 출산 위험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병원은 강씨를 별로 배려하지 않았다. 임신 소식을 알린 뒤에도 방사선을 쬐는 수술실에 4~5차례 배치했다. 보다 못한 동료들이 강씨를 위해 수술 일정을 바꿔줬다.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쪽은 임신한 노조원에게 정기검진 휴가를 주도록 한 서울대병원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았다. 단체협약에는 ‘임신 중인 여자 조합원(비정규직 포함)은 정기검진을 위한 휴가를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월 1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수간호사는 임신 소식을 듣고도 “10월 근무 스케줄을 다 짜서 정기검진 휴가는 어렵다. 11월 검진 연차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비정규직인 강씨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8일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이 보라매병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비정규직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비율’을 보면, 지난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은 13명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1년6개월을 근무하고 계약 만료로 퇴사한 사람은 20명에 이르렀다. 현재 보라매병원에는 133명의 여성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이는 ‘상시·지속 업무에 일하는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서울시 고용 지침에도 어긋난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서울대병원분회는 8일 성명을 내어 “보라매병원은 상시업무 자리에 계약직 비정규직 간호사를 계속 사용해 서울시의 고용 방침을 어기고 있다. 서울시가 비정규직 임신부 해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방법을 찾으라고 권고했지만, 정작 병원은 대화와 교섭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씨는 지난 2월부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병원 쪽은 강씨의 임신과 해고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임신 중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여성 근로자가 3명이나 있다. 임신을 이유로 계약이 만료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해고 철회와 복직은 병원에 ‘특채’를 하라는 부당한 압력과 요구일 뿐”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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