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손해배상 소송 외국 사례
국내에서는 흡연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처음으로 패소 판결이 확정됐지만, 외국에서는 거액의 배상금 합의 또는 승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1953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된 뒤 1990년대 중반까지는 모두 원고 패소로 끝났으나, 1998년부터 주정부 등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배상금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미국 미시시피 주정부가 1994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정부가 지출한 의료비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낸 뒤로 49개 주정부도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46개 주정부가 1998년 필립모리스 등 담배회사들로브터 2060억달러(약 213조원)를 배상받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에서는 흡연 피해자 개인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사례도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2006년 3월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우다 50대에 폐암에 걸린 리처드 보켄이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담배회사가 흡연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50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캐나다는 1997년 주정부에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 권한을 주고, 담배회사들에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지우는 ‘담배 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을 만들었다. 담배회사들은 이 법률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으나 연방대법원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지난해 5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달러짜리 소송에서 이겼다.
그러나 흡연 피해의 책임을 여전히 흡연자들에게 묻는 나라들도 있다. 프랑스 최고법원은 2003년 하루에 담배를 두 갑씩 피우다 폐암에 걸려 숨진 흡연자 가족이 담배회사 알타디스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6년 폐암 환자 6명이 담배회사 일본담배산업(재팬타바코)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담배회사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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