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정보공개 소송에서
“회의록 폐기”→“찾았다” 입장바꿔
법원 “합격자 결정근거 공개하라”
“회의록 폐기”→“찾았다” 입장바꿔
법원 “합격자 결정근거 공개하라”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 등을 심의한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회의록과 회의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에서 법무부는 ‘회의자료를 폐기해서 줄 수 없다’는 거짓말을 하다가, 원고 쪽이 “회의자료 폐기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뒤늦게 재판부에 자료를 제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는 참여연대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회의록과 회의자료를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회의 발언자의 소속, 직위, 이름 등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청구 자료를 공개해야 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의록 공개 여부에 대해 “회의록을 비공개함으로써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이해당사자와 국민으로 하여금 밀실행정에 대한 불신 속에서 소모적 의견 대립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큰 반면,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에 이르는 과정이 공개된다면 이해당사자 및 국민 사이의 상호 이해 및 발전적인 의견 교환 등이 가능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보다 합리적인 결정 기준의 수립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 발언자의 인적사항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해 5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기준 등을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1~7차 회의록과 회의자료 공개를 청구했다.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는 ‘시험문제 출제방향과 기준’, ‘채점기준’, ‘시험합격자 결정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데, 당시 회의에서는 1, 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 등이 논의됐다.
소송이 제기되자 법무부는 “회의록 등 회의자료가 공개될 경우 위원들의 전문적이고 소신 있는 의견까지도 불필요하게 오해를 받는 등 위원회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회의자료를 폐기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 2월6일 재판부에 “(1, 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기준 등을 심의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6, 7차 회의자료) 시험 응시생들 개개인의 성적에 관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 민감한 자료여서 보안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위원 수대로만 작성하였고, 회의 이후에 전량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원고가 청구한 자료 가운데 중요 자료인 6, 7차 회의자료를 보유하지 않아 어차피 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원고인 참여연대가 “회의자료 폐기는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며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하자, 법무부는 지난 3월27일 재판부에 컴퓨터 파일 형태의 회의자료를 제출했다. 자료를 폐기했다고 주장하다가 위법이라는 지적을 받자 자료를 제출해 재판부를 속인 셈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업무 공정성’ 등을 이유로 중요 심의과정을 비밀에 부치다 법원으로부터 제지당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010년 1월 경제개혁연대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명단 및 약력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하급심에서는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원회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구성된 조직인 만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위원의 명단 등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결했다. 이때도 법무부는 “위원의 명단 등이 공개되면 위원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위원회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곤란하다”며 거부 뜻을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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