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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가폭력피해자 증언대회"진상규명은 언제쯤…"

등록 2005-01-25 18:29수정 2005-01-25 18:29

 25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조작 사건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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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가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조작 사건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


■ 국가 폭력피해자 증언대회

조용수 사형, 김장길 간첩 사건 등 생생한 육성
죽산 딸 "추모식조차도 ‘폭동우려’가족연행"
과거청산법 조속제정 명예회복·보상 등 촉구

“아버지가 뒤집어 쓴 억울한 간첩 누명을 벗기고 묘소에 비석이라도 세워 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간첩을 잡는 사람이 아니라 간첩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2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가 함께 연 ‘국가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는 분단과 군사독재 시기 국가기관으로부터 혹독한 고문이나 죽임을 당했던 당사자와 가족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이날 대회에서는 △여운형 암살 △진보당 조봉암 사형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형 △‘김장길 조작간첩 사건’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등에 대한 증언이 있었다.

◇ 과거사는 ‘현재형’=피해자 가족들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애초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죽산 조봉암의 딸 호정(77)씨는 “고통스럽다”며 심경을 나타내는 글만 보냈다.

국회부의장과 초대 농림부 장관, 진보당 당수로 이승만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조봉암이 지난 1958년 진보당 간부들과 함께 검거돼 간첩죄로 사형당했을 당시 서른살이던 조씨는, “50년 동안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했지만, 군사정권 시절 아버지의 복권 문제는 금기나 다름없었고,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허송세월하고 말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씨는 당국이 죽산의 묘지에 비석조차 세우지 못하게 했고, 가족들이 추모식을 하려하면 폭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연행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명예회복과 사면복권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헌법상 사망한 사람에 대한 복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2년에는 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 등 여야 국회의원 86명이 조봉암 사면복권 청원서에 서명을 했고, 99년에는 진보당 사건이 당국에 의해 꾸며졌다는 당시 수사관의 증언까지 나왔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제라도 간첩 누명을 벗기고 묘소에 비석을 세워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언론탄압 사건으로 꼽히는 ‘민족일보 사건’ 피해자인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의 동생 용준(71)씨도 증언대에 섰다.

조용준씨는 “(5·16 쿠데타 직후의) 혁명재판소는 쿠데타의 산물인 불법단체로서 민간인을 처벌할 권한도 없었는데, 헌법에 보장된 3심제의 권리까지 멋대로 빼앗으면서 조용수 사장을 사형시켰다”며 “‘사법살인’을 당한 형에게 정부와 사법당국이 잘못을 고백하고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일보는 5·16 쿠데타 뒤 폐간되고, 조용수 사장 등 13명이 구속됐다.

◇ 고문·조작, 가해자는 누구인가?=간첩 사건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았던 김장길(63)씨는 자신을 고문했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수사관들의 얼굴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난 70년 일본 도쿄에 살던 아버지를 방문해 사업자금을 받아 귀국한 뒤 사업을 하다 81년 5월 안기부에 연행돼 45일동안 불법구금된 채로 고문을 받았던 김씨는, 당시 자신이 성기 고문 등 혹독한 고문과 ‘아내와 자녀들을 발가벗기고 고문하겠다’는 협박을 이기지 못해 자백서를 썼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자신을 고문했던 안기부 수사관들에 대해 “유일하게 이름까지 기억하는 ‘강신원’이란 수사관은 눈이 크고 키가 180㎝ 정도이며, 경상도 말씨를 사용했다”고 증언하며, “이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나의 누명이 벗겨지지 않으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간첩이라는 증거로 제시된 물증은 그가 일하던 옥포조선소 건설현장을 찍은 사진 한 장과 사진기가 전부였다고 한다.

지난 1986년 12월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때 남산 안기부 건물에서 37일동안 불법감금된 채 고문을 당했다는 심진구(43)씨는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이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고문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심씨는 당시 자신을 고문했던 수사관들의 얼굴을 몽타주로 그려 공개했다.

심씨는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빨갱이’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동생이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등 가족들의 삶까지 피폐해졌다”며 “나는 지금도 불안신경증, 만성두통,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의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과거청산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회장인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과거청산은 100년 묵은 역사적·민족적 과제이고 국가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과업”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탕으로 명예회복과 적절한 보상을 하고, 화해 조처를 통해 국민통합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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