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문서 제출 검사 2명 ‘무혐의’
“국정원 의심했다”며 위조 개입 무혐의
법원 서류 제출엔 “국정원 믿었다”며
허위 공문서 행사 혐의도 인정안해
“국정원 의심했다”며 위조 개입 무혐의
법원 서류 제출엔 “국정원 믿었다”며
허위 공문서 행사 혐의도 인정안해
검찰은 증거조작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조된 중국 공문서를 유우성(34)씨의 재판부에 낸 검사 2명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팀이 제시한 무혐의 논리는 그 자체로 모순을 안고 있다.
수사팀은 무혐의 처분한 이유로 “검사들이 증거위조에 관여하거나 위조된 걸 알면서 제출한 걸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는 국가정보원이 준 출입경기록의 입수 경위를 검증하려고 검사들이 중국에 발급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는 점을 들었다. 검사가 중국에 발급 여부를 확인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정원이 준 증거의 진위를 의심했다는 근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중국에서 답변이 오기도 전에 의심스러운 출입경기록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허위라는 의심만 있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허위공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는 판례가 있음에도 검사들은 그렇게 했다.
이에 대해 윤갑근 수사팀장은 “국정원이 ‘중국이 발급확인서를 곧 보내 온다’고 말해 검사들이 믿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처음 준 서류가 의심스러워 확인서를 보냈는데, 확인서가 온다는 국정원 말만 믿고 먼저 증거로 냈다는 것이다. ‘국정원 말을 의심했다’는 점을 무혐의의 근거로 들면서, 동시에 ‘국정원 말을 믿었다’며 허위공문서행사 혐의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기자들이 이런 모순점을 지적하자 윤 팀장은 “‘허위’라고 의심해서 중국에 확인 공문을 보낸 게 아니라 재판에 낼 증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실 확인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은 출입경기록 등 증거를 국정원으로부터 비공식으로 넘겨받고도 항소심 재판부에 “공식 루트를 통해 받았다”고 거짓으로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유씨 변호인단은 이것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받았다고 출처를 공개할 경우 국정원의 (비밀스런) 중국 내 활동을 공식화하는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설명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도 모순이다. 검사는 국정원이 구해 왔다는 출입경기록이 의심스러워 중국 당국에 공식 확인을 요청했다. 이는 국정원의 중국 내 활동을 드러내는 행위다.
수사팀은 “국정원에 속았다”는 검사들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한 강제수사도 하지 않았다. 윤 팀장은 “충분히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야 강제수사를 고려했을 것이다. 수사 방법상 확대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진술에만 의존해 결론을 냈다고 자인한 셈이다.
유씨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국정원이 내놓은 증거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지만 검찰은 번번이 제동을 걸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은 지난 2월14일 검찰이 낸 증거 3건이 모두 위조됐다는 중국대사관의 회신 사실이 폭로되기 직전까지도 조작 사실을 덮으려고 연변조선족자치주 명의의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추가로 위조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튿날 추가 위조문서를 팩스로 받고는 2월16일 브리핑에서 증거 3건이 “위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1심에서도 국정원에서 받은 증거가 문제가 돼 공소사실을 바꾸는 등 뒤치다꺼리를 했다. 북한에서 찍은 유씨 사진이라며 국정원이 낸 것이 중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드러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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