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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거짓말·떠넘기기·자료제출 거부…‘법위의 국정원’

등록 2014-04-14 20:48수정 2014-04-15 11:14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말로만 수사협조’ 예견된 결론
국가정보원은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 수사가 진행된 두달여 동안 중국 정부나 검찰의 공식 발표를 부인하면서 사실상 수사 거부에 가까운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현행법상 국정원 협조가 없으면 국정원 직원을 상대로 한 조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부여받은 권한을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는 데 악용해, ‘법 위의 정보기관’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의 고비마다 거짓 해명과 부인 전술로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 ‘국정원이 검찰을 통해 법원에 낸 중국 공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는 중국 정부의 회신이 도착한 2월14일, 국정원은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 사실에 부합하는 문서로 위조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문서들은 국정원이 협조자 김원하씨를 시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검찰이 중국 당국에 보내려던 공문을 가로채고 팩스 발신번호를 조작까지 해가며 위조문서를 진짜인 것처럼 꾸몄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는 2월28일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이 발급한 문서를 감정한 결과, 중국 정부가 진짜라고 밝힌 변호인 쪽 문서와 국정원·검찰이 낸 문서에 찍힌 도장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자 국정원은 “중국은 한 관공서 안에서도 복수의 인장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또한 협조자 김씨를 통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공문서 위조판정에 “진본”
조력자 폭로에 “우리도 속았다”
진술거부 등 ‘수사 비협조’ 일관

하급직 독자공작 상식 안맞는데
검찰 “국정원서 자료 안주니…”

증거 위조 사실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국정원은 3월9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지만, 이 문서들의 위조 여부 의혹이 제기돼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증거조작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협조자 김씨에게 책임을 미루고, 자신들은 ‘피해자’인 듯한 태도를 취했다.

당시 국정원은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다.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수사에 대응하는 행태는 변함이 없었다. 검찰이 협조자 김씨에게 문서 입수를 부탁한 대공수사국 김보현 과장을 지난달 19일 구속한 뒤에도 국정원은 여전히 “김씨가 먼저 연락해와 해결책이 있다고 했고, 김 과장은 김씨 말을 믿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기소된 김 과장의 공소장을 보면, 협조자 김씨가 위조를 주저하는데도 김 과장이 돈 지급을 약속하며 위조를 지시했다.

검찰이 김 과장을 구속하고 국정원 대공수사팀 직원들을 상대로 본격 수사에 들어가자, 국정원 요원들은 ‘직무상 비밀을 진술하려면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국정원직원법 등을 근거로 소환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출석했더라도 진술을 거부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등 시종일관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또 ‘공무상 비밀은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등을 근거로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장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장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여기에 증거조작의 공범으로 지목된 권세영 과장이 세 차례 조사받은 뒤 검찰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지면서 수사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권 과장 자살을 계기로 보수 언론 등이 ‘반격’에 나서는 국면이 형성되면서 수사가 더욱 위축된 것이다. 권 과장은 실무진과 지휘부 사이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 인물로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인물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정원은 4급 직원 2명이 각각 구속, 불구속기소되고, 3급인 대공수사처장이 불구속기소되는 선에서 ‘방어’에 성공했다. 국정원의 이런 페이스에 끌려간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도 예정보다 일주일가량 늦춰야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대선개입 사건에서도 국정원은 검찰 수사 당시 협조하지 않았다. 검찰이 지난해 4월 국정원을 압수수색할 때 국정원은 노트북 암호를 풀지 않고, 메인 컴퓨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국정원은 재판에서 검찰이 트위터팀 직원의 전자우편을 압수수색한 것과, 국정원 직원을 체포할 때 사전에 통보를 안 한 점을 들어 검찰이 불법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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