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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말 못하고 몸도 못 가누는데…정부는 ‘활동 지원 불필요’

등록 2014-04-15 01:44수정 2014-04-15 14:37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사흘 전 긴급 활동지원을 요청하려 했던 장애인 송국현씨가 13일 화재를 피하지 못해 중화상을 입은 사건이 일어나자, 14일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인권활동가들이 서울 광진구 광장동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찾아가 항의하던 중 송씨가 거주하던 지역인 서울 성동구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최진영 소장이 오열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사흘 전 긴급 활동지원을 요청하려 했던 장애인 송국현씨가 13일 화재를 피하지 못해 중화상을 입은 사건이 일어나자, 14일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인권활동가들이 서울 광진구 광장동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찾아가 항의하던 중 송씨가 거주하던 지역인 서울 성동구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최진영 소장이 오열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화재 참변 통해 본 장애인 지원제도 문제

‘장애3급’이라 지원 못받던 송국현씨
화제 3일전 활동지원 요청했지만
문전박대에 포기하고 돌아서
장애1·2급 아니면 지원받기 어려워
“신체적 필요 따라 지원해야” 지적
13일 오전 장애인 임시거주 시설 화재로 전신 화상을 입은 송국현(53)씨는 3급 장애인이다. 송씨는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는 다른 1급 장애인 못지않게 ‘활동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3급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1·2급까지만 주어지는 활동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송씨가 화재 사고를 당하기 사흘 전인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장애등급 재심사’와 ‘긴급 활동지원’을 요청하려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번 사고는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은 1·2급 판정을 받은 만 6살 이상~65살 미만 장애인이 대상이다. 이들만이 다시 4단계 장애등급으로 ‘분류’된 뒤에야 △활동보조 △방문 목욕 △방문 간호 서비스를 등급별로 요청할 수 있다.

1급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실시하는 별도의 인정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혼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지, 식사를 할 수 있는지, 걸을 수 있는지, 화장실에 갈 수 있는지,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지, 위험 상황에 어느 정도 대처능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조사받은 뒤 공단에서 정한 기준 점수를 넘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1급 장애인이더라도 거동 불편만 확인하지 않고 다른 사회생활 여부까지 살펴보기 때문에 기준 점수를 넘기지 못하면 활동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되는 1·2급 장애인은 36만4507명이다. 이 가운데 활동지원을 실제로 받은 이들은 6만435명(16%)에 불과하다. 장애등급별로 보면 1급 장애인 14만1594명 가운데 5만1463명(35%), 2급 장애인은 22만2913명 가운데 8972명(4%)만이 활동지원을 받았다.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서비스 이용 시간 등을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2급 장애인도 활동지원에서 누락되는 상황에서 3급 장애인인 송씨는 아예 지원 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송씨는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 2급 이상으로 장애등급을 올리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장애 판정 재심사를 신청했지만 ‘3급 장애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혼자서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지만 국민연금공단 기준에 따르면 ‘3급’인 것이다.

이처럼 ‘현실 속 장애’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장애등급이 장애인들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2급 장애인 가운데 지원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1급인데도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결국 서비스 필요도와 장애등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애등급으로 활동지원 여부를 결정할 게 아니라 개별적인 판단을 통해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점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겨지는 장애등급이 아니라 실제 신체적 필요에 따라 활동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 관계자는 “정부 국정과제에 장애등급제 폐지가 포함돼 있다.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쪽은 “현재로서는 3급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지만 내년부터 신청 자격이 3급까지 확대된다”고 밝혔다. 서영지 박수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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