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제출·미봉인 등 문제 지적
검찰이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 화염병 투척 사건의 핵심 증거인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엉망으로 수집해 증거로 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범행을 부인했음에도 이 영상을 근거로 체포·구속됐던 임아무개(37)씨에게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는 27일 원 전 원장의 집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현주건조물 방화 미수)로 기소된 임씨에게 “검찰이 제출한 영상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5월5일 아침 6시20분께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불만을 품고 서울 관악구 남현동 원 전 원장의 집 담장 안으로 불이 붙은 화염병 2개를 던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임씨가 자신의 집을 떠나 원 전 원장 집 앞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을 찍은 것이라며 검찰이 낸 버스, 편의점, 거리 등의 시시티브이 영상이었다.
검찰은 시시티브이 영상 편집본과 휴대전화 카메라로 영상 원본을 재촬영한 사본을 유에스비(USB) 메모리장치나 전자우편을 통해 컴퓨터로 옮긴 뒤 이를 다시 복사한 시디(CD)를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검찰은 시시티브이 영상 원본을 복사하면서 장치를 봉인하지 않고, 시시티브이 관리자한테서 원본 영상 파일을 변조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받지 않았다. 파일을 복사해 옮긴 유에스비나 휴대전화 카메라, 컴퓨터도 봉인하지 않았다. 특히 원본 영상을 복사한 유에스비나 휴대전화 저장장치를 법원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시시티브이 영상 파일 원본을 다른 저장장치들로 최소한 두세 차례 옮기는 과정에서 저장장치들을 전혀 봉인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수사관들이 아무 제한 없이 파일 접근이 가능해, 파일이 무결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디지털 증거 수집에 관한 별도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수사관들이 영상 원본의 해시값(파일에 남는 숫자·영문 32자 조합의 디지털 지문)을 기록해 놓지도 않아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을 검증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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