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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병든 피고 집 방문 “재판하러 왔습니다”

등록 2014-04-28 20:17

14년간 하반신마비 사기범 집유
판사가 14년 동안 하반신 마비로 법정에 나오지 못한 피고인의 집으로 찾아가 선고하는 이례적인 재판이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28일 오전 11시께 서울 상도동 장아무개(58)씨 집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침대에 누워 있는 장씨의 앞 방바닥에 앉고, 검사와 변호사는 판사 옆에 앉은 채 20여분 동안 선고공판을 열었다.

장씨는 2000년 7월 형광물질을 넣어 투시가 가능한 화투를 사기도박꾼들에게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장씨는 생활비를 마련하려 특수 화투를 만들어 200만원에 팔았다고 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와 피부 괴사가 진행된 장씨는 건강이 더 나빠져 같은 해 11월부터는 법원에 나오지 못했다. 법원 양형조사관이 지난해 9월 집을 찾았을 때도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윗몸을 간신히 세우는 것 이상으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출장 재판’은 장씨가 국선변호인을 통해 범행을 자백하고 집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고 해서 열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에도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나 몸을 크게 다친 이아무개씨의 재판을 경기도 군포의 한 병원에서 진행했다.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며 10여년 동안 성실하게 생활한 점을 참작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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