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우리법·민판 연구회 탈회 권고 일부 판사 반발 속 갈등 예고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가 법원 안 비공식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민사판례연구회 활동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이들 단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자는 8일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라는 모임이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돼 보도되는데 파악하고 있느냐”는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 단체와 대비되는 모임으로 민사판례연구회가 있다”며 “대법원장에 지명되면 우리법연구회 연장자들에게 ‘법원에 이런 단체가 있어선 안된다, 젊은 법관들은 모르지만 부장판사들은 탈회하는 것이 좋다’고 피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강금실·김종훈·박시환 판사 등이 만든 개혁 성향의 연구모임으로 현재 부장판사 20여명 등 현직 판사 120여명과 변호사 등 15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노동법, 형법, 사법개혁 등의 주제를 놓고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 때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연판장 작성을 주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사판례연구회는 한국민법학의 ‘태두’로 불리는 곽윤직 서울대 교수가 지난 1977년 만든 연구모임으로 손지열·박재윤 대법관과 이임수·서성 전 대법관 등 여러 명의 대법관을 배출한 법원 안 최고 엘리트 조직으로 꼽힌다. 전·현직 판사와 대학교수 110여명이 회원이며, 정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같은 이름의 책도 내고 있다. 사법시험 기수 별로 임관성적이 좋은 소수만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폐쇄적인 모임으로 알려져있다.
이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우리법연구회 안에서는 ‘해체불가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를 통해 아직도 바꿔야할 점이 많은 사법 현실에서 우리법연구회는 부정적이거나 불필요한 조직이 아니다”라는 논리다. 그러나 모임 일각에서는 “정권과의 관계 또는 법원 안 이익단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모임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해체론’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판례연구회 관계자도 “대법원장이 모임의 해체를 지시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모임의 향후 진로는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의논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