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첫 상용화” 뻥튀기 다큐 만든 외주제작사
<한국방송>이 특수관계인의 회사를 소재로 허위·과장 시비를 낳은 다큐멘터리의 외주 제작사에 대해 퇴출 결정을 내리고도 고위 간부의 지시로 집행을 보류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 외주운영위원회는 <수요기획> ‘자동차, 반란을 꿈꾸다’(6월1일 방송)와 관련해, 지난 7일 이 다큐를 제작한 외주사 ‘제이알앤 프로덕션’(대표 전형태)의 <행복한 밥상>(2텔레비전)과 <병원 24시>(1〃) 등 모든 외주 프로그램의 제작 중단 및 이후 제작 참여 금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외주팀 관계자는 11일 “고위 간부의 지시에 따라 외주운영위의 결정사항 집행을 보류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주운영위는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외주제작사의 프로그램 진입과 퇴출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곳이다.
외주운영위의 이번 결정이 있게 한 ‘자동차…’는 “ㅈ사가 자체 기술로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나섰다”며 “휴대전화 배터리 기술을 이용해 최고 시속 150㎞, 한번 충전으로 250㎞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전기자동차를 100일간 개발 작업을 거쳐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월24일 ㅈ사가 설립된 직후인 3월 초 ‘자동차…’ 기획안이 한국방송에서 통과됐으며, 5월25일 신차발표회 직후인 6월1일 방송이 나가고 6월20일 ‘벤처기업’ 확인신청에 들어가는 등 ㅈ사의 일정과 방송 일정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ㅈ사가 개발했다는 전기자동차도 배터리와 모터, 차체까지 모두 사들여 짜맞춘 것일 뿐 상용화 단계와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은 전 대표의 친동생이 ㅈ사 설립자라는 사실을 지난 7월 제보받아 감사팀 확인을 거친 뒤, 8월24일 “프로그램 제작 때 (가족 등) 특수관계자와 관련된 내용은 배제하도록 한 윤리강령을 위배했다”며 제이알앤에 대해 ‘수요기획’ 3년간 제작 참여 금지 등 1차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노조 등이 “자금 모집과 홍보 등을 노리고 허위내용을 방송한 의혹이 더 크다”고 지적하자, 외주운영위는 ‘자동차…’ 내용을 조사한 뒤 제이알앤의 완전 퇴출을 결정했다.
한국방송의 한 관계자는 “고위 간부의 집행 보류 지시가 있기 전까지 절차와 내용에 대한 단계적인 확인 과정을 거쳤고, 퇴출 결정도 외주운영위원 만장일치로 내려진 것”이라며 “해당 고위 간부는 관행상 외주운영위의 결정을 보고받을 뿐 지시 권한이 없고, 지시를 내린 전례도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제이알앤은 지난해 ‘먹거리 대혁명’이라는 기획안을 냈다가 탈락하고도 다른 외주사가 낸 기획안과 제목이 같고 내용도 유사한 <행복한 밥상>을 제작해 왔으며, 한국방송이 재정난으로 제작비를 감축하고 있는데도 <병원 24시> 제작 비용을 회당 150만원씩 더 받아 방송사 안팎에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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