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철학과 3학년 김창인(24)씨
“‘취업 학원’ 전락에 마지막 저항”
“불의가 판치는 대학을 거부하겠다.”
햇볕이 내리쬐는 7일 오후 중앙대학교 정문 앞에서 한 학생은 외쳤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고 난 뒤 이루어진 대학구조조정과 학내자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돌아오는 건 탄압과 낙인찍기라고 했다. 김창인(24·철학과)씨는 마지막 저항수단으로 ‘자퇴’를 선택한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이 교육이 아닌 산업이라는 박용성 이사장 말은 불과 5년 만에 실현됐다. 정권을 비판한 교수는 해임됐고, 총장을 비판한 교지는 수거됐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과목은 축소되고, 학과는 통폐합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학 쪽이 청소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대자보 한 건당 100만원씩 내도록 소송을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씨는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대자보는 금지되었다. 정치적이라고 불허됐고, 입시 행사가 있다고 떼어졌다”고 밝혔다.
스스로 ‘두산 1세대’라고 말하는 그는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하려고 할 때마다 앞장섰다. 2010년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던 때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라고 적힌 펼침막을 한강대교에 걸었다가 무기정학을 당했다.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듬해 ‘퇴학처분 등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다시 1년6개월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제4대 인문대 학생회장에 단독 출마했지만, 학교 쪽에서는 갑자기 선거지도위원회를 만들어 그의 출마를 막았다.
학생들의 지지발언도 잇따랐다. 2010년 김씨와 같이 구조조정에 반대했던 노영수(32·독어독문과)씨는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너무 많은 것들이 변했다. 후배는 학교를 그만두지만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는 외침처럼 대학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대학을 그만두면 뭐할 거냐고 물어봐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줬음 좋겠어요. 제가 대학이 싫어서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이런 현실에서 대학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요. 그건 중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대학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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