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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량청소년 그까이꺼 엉덩이 두드려주지 뭐

등록 2014-05-09 19:25수정 2014-05-10 14:23

[토요판] 가족
유자식 상팔자?
▶ 속담에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사춘기가 한창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이 말에 공감합니다. 우애가 좋고 심성이 착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내 녀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서부터 태도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춘기가 절정일까요. 아들에게서 언뜻 불량 청소년의 면모가 보입니다. 아버지는 오늘 밤도 막내 걱정에 뜬눈으로 지새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매주 화요일마다 방영하는 <유자식 상팔자>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인기 연예인들의 자녀들이 직접 출연해서 엄마, 아빠와 자신들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연하는 자녀들이 대부분 10대 청소년이라 고등학생 아들 둘을 둔 아빠로서 매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 흉을 보거나, 드러내기에 민망할 법한 에피소드들을 폭로하기 바쁩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부모들이 자녀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흐뭇하게 마무리됩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들의 모습에서 화목을 느꼈을 겁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인기 많은 그네들이라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집에선 모두 평범한 엄마, 아빠고 다 같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편으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제 형 고등학교에 배정되어
아침마다 함께 나서던 둘째
슬슬 늑장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책가방도 없이 학교를

친구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어마어마한 현장을 목격하고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혹시 술담배도 다 하는 건가?

요새 저희 가족의 골칫거리는 작은아들입니다. 10대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모두 공감할 겁니다. 잠시도 사건 사고가 끊기는 날이 없죠. 아무리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만 어떨 때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꼬맹이 시절이 그리울 정도입니다. 작은아이는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연년생인 제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같이 등교를 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에도 큰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배정되어서 아침마다 함께 집을 나섭니다. 매일 새벽 힘겹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허겁지겁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두 아들이 함께 집을 나서는 모습이 마음 한켠으론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둘째 녀석이 형이랑 같이 등교를 하지 않는 겁니다. 슬슬 늑장을 부리기 시작하는가 하면 어떤 날은 책가방도 없이 학교에 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아들 둘에게 어려서부터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성실성입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이든 맡은 바가 있으면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평소 교육 방침입니다. 따라서 무단결석은 말할 것도 없고 지각도 하지 말라고 어렸을 때부터 단단히 일러뒀습니다. 심성이 착한 두 아들은 여태껏 고맙게도 제 말을 새겨듣고 학교에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그랬던 두 아들이었기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얼마 안 되어서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둘째 아이가 내심 걱정됐습니다. 연년생인 두 아들은 어려서부터 사이가 좋았는데, 혹시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큰아이한테 물어봤더니 동생이랑은 전혀 문제없다고 합니다. 걱정 반 의심 반 하는 맘에 당장 둘째를 불러서 얘기를 하려 했지만 일단은 좀더 지켜보자는 아내의 말에 그러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차들로 꽉 막힌 길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던 평범한 저녁 퇴근길이었습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앞차가 언제 움직일지 주시하면서 전방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차 앞에 낯익은 교복차림을 한 남학생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남학생은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습니다. 막 입에 가져다 문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그 남학생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처음엔 제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무리 뜯어봐도 영락없는 제 둘째놈이더군요. 친구로 보이는 다른 남학생이 운전중이었고, 둘째놈은 친구 뒷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불량스럽게 앉아 있었습니다. 물론 둘 다 헬멧도 쓰지 않은 채였지요. 운전대를 잡은 학생은 꽉 들어찬 자동차들 사이로 빈틈을 찾아내더니 이내 제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둘걸…’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충격에서 벗어나 제정신이 돌아온 뒤였습니다. 아들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 무너지더군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둘째는 늑장을 부렸습니다. 학교에 지각하는 걸 아빠인 제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아는 녀석이 뭘 믿고 저러나 했는데,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걸 저는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직 둘째와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유자식 상팔자>를 꼬박꼬박 챙겨본 덕분에 잘 압니다. 하지만 화목한 집안 분위기를 망치기 싫었습니다. 고3이 된 큰아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도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제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럽더군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 녀석이 급우들을 때리고 다니는 건 아닌지, 술 담배를 하는 건 아닌지, 출입하지 말아야 할 곳에 들락거리지는 않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만약에 내 아들이 그런 학생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생각하니 그저 막막할 따름입니다.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녀석 생각에 한참 동안 잠을 못 이룬 날이 많습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이 한숨과 섞여 절로 나왔습니다. 엊그제 점심 즈음, 어쩐 일인지 큰아들이 저희 부부한테 단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학교 마치고 동생이랑 일산 외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늦게 들어올 테니 자기네들 저녁은 따로 차리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홀로 사시는 외할아버지도 챙길 줄 아는 걸 보니 역시 장남이 다르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흡족했습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왔더니 식탁 위에 봉투가 하나 놓여 있더군요. 봉투를 열어보니 패밀리 레스토랑 이용권과 두 아들이 같이 쓴 카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21번째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오늘은 엄마 아빠 둘이 오랜만에 ○○ 가서 두툼한 스테이크도 드시고 좋은 시간 보내고 들어오세요.’ 때로는 자식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 자식 문제로 괴로워해본 적 없는 부모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자식 상팔자가 맞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오토바이 면허증 나이’를 조심스럽게 검색해 보았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게 법적으로 문제없는 나이라면, 면허증을 따서 보호 장비를 갖추고 안전하게 타는 게 좋겠지요.

화곡동의 잠 못 이루는 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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