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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미안해요, 결박당한 날개 풀어주지 못해서”

등록 2014-05-12 20:40수정 2014-05-12 21:58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장애인활동가 송국현씨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장애인활동가 송국현씨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화재 참사 송국현씨 ‘장애인장’
추모글 읽자 동료들 통곡 쏟아져
“등급제 폐지를” 300명 거리행진
“미안해요. 너무나 미안해요. 지체장애 5급, 언어장애 3급. 결박당한 당신의 날개 풀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

12일 낮 서울광장에서 송국현(53)씨의 장례식이 그가 숨진 지 26일 만에 장애인장으로 치러졌다. 추모글을 읽는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미 소장(지체장애 1급)이 힘겹게 “미안하다”고 말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 동료 장애인들은 몸을 뒤틀며 통곡했다. 송씨가 누운 관 위에는 장애인 동료들과 시민들이 헌화한 하얀 국화꽃이 수북이 쌓였다.

중복장애 3급인 송씨는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의 ‘장애인 자립생활 체험 홈’에서 갑자기 일어난 불을 피하지 못해 화상을 입고 사고 나흘 만에 숨졌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등급제’가 송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뤄왔다.

박김영희 공동장례위원장(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추도사에서 “우리는 끝내 사과받지 못했지만 차가운 냉동고에 둘 수 없어서 오늘 당신을 보낸다. 송국현은 갔지만 자립생활에 대한 송국현의 꿈은 남았다”고 했다. 송씨가 머물렀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정동은 사무국장은 “전문의의 장애 1급 소견에도 불구하고 3급으로 결정돼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었다.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에서도 3급이라는 이유로 탈락했다. 앞으로는 또 다른 송국현 형에게 미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흐느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추도사에서 “송국현씨가 어릴 때 1000불 정도였을 대한민국 국민소득이 2만4000불까지 됐는데도 야만적인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2012년 10월 활동보조인이 없는 사이 지체장애 1급 김주영씨가 화재로 사망했지만 달라지는 것 없이 영정사진만 하나둘 늘고 있다”며 탄식했다.

장례식을 마친 뒤 300여명의 장애인과 시민들은 장애인 단체 등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630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역까지 행진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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