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비판 여론 높지만
형법상 최고형량 ‘징역 5년’ 그쳐
법무부 관련 법률 개정 검토중
해사안전법 등에 특별조항 신설
공무원도 과실치사죄 적용 검토
형법상 최고형량 ‘징역 5년’ 그쳐
법무부 관련 법률 개정 검토중
해사안전법 등에 특별조항 신설
공무원도 과실치사죄 적용 검토
세월호 침몰 때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에게 적용한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형량이 낮다는 여론이 일면서, 법무부가 대형 사고의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형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의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 효과적이고 신속한 방법을 찾아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죄 최고 형량(징역 5년)을 대폭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는 일반적으로 두루 적용하는 조항이어서 형량을 올리면 다른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까지 덩달아 처벌이 강화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만약 처벌 상한선이 징역 5년에서 징역 30년으로 올라가면, 법원이 징역 30년을 기준 삼아 형량을 선고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인 ‘닻내림(앵커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법정 형량을 높이면 다른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의 처벌도 상식에 동떨어지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횡령이나 배임 같은 경제범죄에서 피해 금액에 따라 처벌량을 다르게 규정하듯 업무상 과실치사에도 피해 규모에 따라 처벌량을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 가치를 기계적으로 나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방안은 형법 외에 각종 특별법에도 있는 업무상 과실치사 조항의 형량을 높이는 방법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을 보면, 업무상 과실로 교량·터널·철도 등 시설물 파손을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등 대형 사고를 겪은 뒤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려고 만든 조항이다. 2012년 경북 구미 불산 유출 사고로 23명의 사상자와 대규모 농가 피해가 발생한 이후 유해화학물질관련법이 개정돼, 내년부터 업무상 과실로 화학 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면 10년 이하의 금고에 처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같은 경우 해사안전법 등 관련 법에 업무상 과실치사의 특별 조항을 넣을 수 있다. 법무부는 두번째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다른 법들과의 균형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대형 사고 때 1차 책임자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 중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때, 대법원은 교량 공사 감독 공무원 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당시 판결문은 “성수대교와 같은 교량이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자의 완벽한 시공, 감독 공무원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감독·관리라는 조건이 합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사 및 관리) 각 단계에서의 과실만으로 붕괴 원인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쳐지면 교량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단계에 관여한 자는 붕괴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유죄 확정 이유를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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