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즉각 중단하라’ 유인물 뿌려
LH, 놀이터 없애고 건설 추진에
안전사고 등 우려 반대추진위 활동
LH, 놀이터 없애고 건설 추진에
안전사고 등 우려 반대추진위 활동
임대아파트와 ‘일반 아파트’ 사이에 새 임대아파트를 ‘끼워 짓는’ 것에 반대해온 일반아파트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주민은 그동안 좁은 장소에 임대아파트를 욱여넣는 ‘과밀 신축’의 위험성을 들어 엘에이치(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사 중지를 요구해 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13일 오후 2시께 노원구 중계동 주공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이 아파트 주민 윤아무개(60)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윤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한 뒤 몸을 던졌다. 윤씨는 미리 준비한 전단지를 투신 직전 뿌렸다. 여기에는 ‘엘에이치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는 아파트 공사에 대한 불만을 적은 쪽지도 발견됐다.
앞서 엘에이치는 주민과 협의 없이 임대아파트에 딸려 있던 놀이터를 없애고 그 자리에 새 임대아파트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윤씨가 살던 일반아파트는 추가로 건설중인 임대아파트에서 불과 50여m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가 20년이 넘어 노후화됐다. 공사 현장이 지하주차장과 인접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공사를 반대해 왔다.
지난해 1월 엘에이치는 임대아파트의 여유 부지(놀이터)에 ‘주거복지동’을 지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말만 복지동이지 임대아파트 추가 건설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해 왔다. 좁은 집에 살아온 기존 임대아파트 주민들도 놀이터가 사라지고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해 왔다. 일반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3월 ‘임대아파트 공사 반대 추진위원회’를 꾸렸고, 윤씨는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윤씨 등은 지난달 “공사중인 임대아파트와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10m 이내 거리로 붕괴 위험이 있다”며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지난 2일에도 엘에이치와 협의라도 하려고 갔는데 만나주지 않았다. 윤씨가 ‘내가 순교라도 해야 우리 얘기를 들어주냐’고 한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소식을 듣고 나온 유영균 엘에이치 서울지역본부장은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과 먼저 협의하라’는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노원을)의 요구에 “2년여에 걸쳐 진행된 공사 아니냐”며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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