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가치 커” 판결
이동통신사는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사실을 가입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연하)는 20일 임아무개(36)씨 등 3명이 통신 3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임씨 등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의 밀행성 보장은 수사의 편의를 위한 것인 반면 통신자료 제공 현황 공개는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보호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또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공개한다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더 커진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통신자료 제공 의무는 수사기관에 있다”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주장에 대해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거나 하지 않을 재량권이 있고 이용자는 현실적으로 통신자료가 어느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통신자료 제공 현황 공개 의무는 전기통신사업자한테 있다”고 판단했다.
통신사들은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임의로 고객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해지일 등 6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는 소송이 제기된 뒤인 지난해 5월 임씨 등에게 전자우편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에스케이텔레콤은 정보 제공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고 “이용자들의 통신자료 제공 현황 공개 청구에 무조건 응해야 한다면 수사기관의 수사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해 공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통신자료 제공은 영장 없이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은 통신사가 재량으로 이용자 정보를 넘겨주는 것인데, 이용자에게 사전·사후 통보를 하는 절차 규정이 없다. 수사기관이 영장을 받아 감청이나 계좌추적을 할 때 사후 통보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감청의 경우 검사는 공소제기·무혐의 처분한 날부터 30일 안에 당사자에게 감청 사실·기간·기관을 문서로 알려야 한다. 금융회사도 수사기관에 거래정보를 제공한 날부터 10일 안에 이를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한편 재판부는 임씨 등이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청구한 100만원씩의 손해배상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의 정신적 피해라고 판단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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