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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도 쑥대밭 만들라 그라요”…선내 기름 21만ℓ 2차 유출 우려

등록 2014-05-20 20:05수정 2014-05-21 13:31

현장 사고 해역 덮은 기름띠

기름탱크 ‘공기 구멍’ 통해 조금씩 유출
인근 해역 곳곳서 기름 냄새 진동
주민들 “구멍 막거나 기름 빼야”
대책본부 “크게 문제될 수준 아냐
유출 땐 방제 통해 확산 차단할 것”
기름 냄새가 역했다. 1t 남짓한 어선에 실려 물살과 함께 일렁이던 몸은 바람에 떠다니는 황 성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지점이 시야에 또렷하게 들어올 무렵, 가벼운 멀미가 일었다.

“허허. 기름 냄새가 여그까지 나부러요.”

거의 30노트(시속 55.56km) 전속력으로 어장관리선 ‘피시헌터’호(1.11t)를 몰던 선장 김현호(46·진도군 조도면 대마리)씨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피시헌터는 세월호 뱃머리를 가리키는 부표에 다가서며 비로소 속력을 낮췄다. 코끝이 낯선 냄새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때, 이번에는 눈앞에 뭔가가 나타났다.

“계속 흘러나오고 있구마잉. 그란디 방제도 안 해분갑네.”

김씨가 검은색 기름 덩어리를 가리켰다.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의 뱃머리에서 꼬리 쪽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한 바퀴 도는 동안 지름 1m 안팎의 검은 기름과 그보다 크고 엷은 기름띠가 무시로 눈에 띄었다. 세월호 쪽에서 새어나온 기름은 물과 섞이지 않고 끊임없이 남쪽으로 흘러갔다. 19일 낮 12시께, 세월호 침몰 지점의 모습이다. 침몰 34일째였다.

“이미 바깥에 유출된 기름은 아무것도 아니어요. 겨우 쩌거 갖고 방제를 하느니 마느니 하며 염병을 떠는데, 그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다가 선체에 있는 기름은 아직 안 나왔다 이겁니다. 몇십만 리터(ℓ)가 되는 그 기름이 다행히 안 나왔으면, 하루빨리 이걸 막든지 뽑아내불든지 요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 손 놓고 있는 게 맞는 이야기냐 이거요.”

정순배(51) 조도면 이장단장 겸 청년회장은 ‘세월호 기름 유출’ 이야기만 나오면 목울대를 세웠다. 지난달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는 이미 한 차례 기름이 흘러나왔다. 침몰 과정에서 샌 기름이다. 이때 유출된 기름은 사고 이틀 뒤 사고 지점에서 북쪽으로 4~5km 떨어진 동·서거차도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정 회장이 지난 18일 밤, 조도면 율목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김씨 등 마을 후배 세 명을 불러내 우려한 건 ‘2차 세월호 기름 유출’이다. 현재 세월호에는 벙커씨유 13만9000ℓ, 경유 3만9000ℓ, 윤활유 3만6000ℓ 등 모두 21만ℓ가 넘는 기름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추정치는 11만여ℓ). 흔히 볼 수 있는 200ℓ짜리 드럼통 1000개를 채우고도 남는 용량이다.

“내가 전문용어는 모르겄지만, 에어 뭐라는 고거시 지금도 안 열려있소. 그게 조금씩 부식되고 있을 거인데, 수압 땜시 기름 저장탱크가 터져불면…”

정 회장이 세월호의 ‘에어벤트’ 미폐쇄 문제를 거론하자 박현식(38·조도면 동구리·수산업)씨가 “그라믄 진짜 재난이죠, 재난”이라고 말을 받았다. 김현호씨는 “조도, 아니 진도 전체가 쑥대밭이 되아불죠”라고 맞장구를 쳤다. 에어벤트란 일종의 ‘공기 구멍’으로 세월호에 있는 6개의 기름저장 탱크마다 하나씩 달렸다. 각 에어벤트는 지름 75~100mm 크기인데, 지금도 열린 에어벤트로 기름이 조금씩 새고 있다.

진도군민이 걱정하는 세월호 2차 기름 유출 가능성에 대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는 크게 문제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세월호 양쪽에 있는 개방 상태의 에어벤트 가운데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바다의 바닥이 아니라 수면 쪽 곧 배의 오른쪽에 있는 것들인데, 여러 장애물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미 오른쪽 에어벤트로 나올 기름은 상당 부분 빠져나와 굳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 그룹의 판단이 있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20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열려 있는 에어벤트로 혹시라도 기름이 계속 샌다면 현장에 있는 방제선을 동원해 곧바로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진도/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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