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시정 권고…당신 생각은?
인권위 “가산점·할당제 활용해야”
업체쪽 “특성화고 등 우대해줘야”
“응시자 제한 자체가 문제” 지적도
인권위 “가산점·할당제 활용해야”
업체쪽 “특성화고 등 우대해줘야”
“응시자 제한 자체가 문제” 지적도
생산직에 고졸자만 채용하는 것은 대졸자 역차별일까, 아니면 고졸자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처(어퍼머티브 액션)일까.
생산직을 공개채용하면서 ‘고등학교 또는 2년제 대학 졸업자’로 응시 자격을 제한한 것은 ‘4년제 대학 졸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의 결정이 나왔다. 해당 기업인 ㅎ사는 이런 제한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차별 시정 조처에 해당한다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ㅎ사가 생산직을 채용하면서 4년제 대졸자 지원을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합리적인 지원 자격 요건을 새로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ㄴ(37)씨는 지난해 7월 고졸과 2년제 대졸자로 응시 자격을 제한한 ㅎ사의 생산직 채용에 합격했다. ㄴ씨는 입사 뒤 4년제 대졸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사직하게 됐고, 인권위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ㅎ사는 이날 인권위 권고에 대한 답변서를 내어 “취업 기회 및 경제 수준 등에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고졸자에 대한 채용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부당한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적극적인 차별 시정 조치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ㅎ사의 주장대로 적극적 우대 조치의 효과가 있다 해도, 이는 고졸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할당제를 활용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고졸 채용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지를 놓고도 인권위와 해당 기업의 입장이 맞섰다. ㅎ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열악한 지위에 있는 고졸자들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우선 채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규홍 인권위 차별조사과장은 “1970~80년대에는 (노동운동을 하는) 대졸자의 위장취업 문제 때문에 학력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미화원 모집에도 대졸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정규직 사원을 대규모로 채용하며 대졸자에게 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ㅎ사는 “대졸자를 채용할 때 고졸자에게 응시 자격을 주지 않는 것처럼 고졸 채용 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평등하다”고 했다.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는 ㅎ사의 평균 임금은 9400만원이다.
김재광 노무사(노무법인 필)는 “대졸이든 고졸이든 직무 능력을 보기에 앞서 ‘최종 학력’으로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채용 관행이 생산직은 고졸, 사무직은 대졸이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었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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