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공부 중 모기 쫓으려다…, 대학생 금고 1년9월

고시원서 모기향 피우다 화재
옆방에 안 알려 피해자 질식
중과실치사로 금고 1년9월

고시원에서 모기향을 피우다 불이 옮겨 붙었는데 이를 다른 방 학생에게 알리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중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에게 금고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우인성 판사는 22일 고시원 방에서 모기향을 피우다 불을 내 같은 층에 사는 박아무개씨를 연기에 질식해 숨지게 만든 혐의로 기소된 심아무개(22)씨에게 금고 1년9월을 선고했다.

우 판사는 “화재 직후 심씨는 사망한 피해자 등에게 이를 알릴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주의를 기울였으면 복도 끝에 있는 소화기로 불을 끌 수 있었는데 결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들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중간고사 시험 공부를 하다가 모기를 쫓으려고 피운 모기향이 화재로 이어진 점, 같이 있던 친구가 물을 부어 불을 끄려고 한 점, 직접 119에 신고한 점, 경황이 없어 소화기를 발견하거나 문을 닫지 못한 점, 초범인 점과 그 밖에 나이·신분·환경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학생인 심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방에서 사기그릇 위에 피운 모기향을 휴지 등이 쌓여있는 침대 아래쪽으로 밀어넣었다. 새벽에 모기향 불씨가 휴지와 침대로 옮겨붙은 것을 발견한 심씨는 이불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불길을 잡는 데 실패하고 대피했다. 심씨는 물건을 챙기려고 방에 다시 갔다 왔으나, 다른 방 거주자들에게 불이 났다고 알리지 않았다. 같은 층 복도 끝에는 소화기 6개가 있었고 방 출입문은 불길을 차단할 수 있는 재질로 돼 있었으나 심씨가 아무 조처 없이 방문을 열어 놓은 채 밖으로 나가면서 유독성 연기가 3층 복도 전체에 퍼져 결국 박씨가 숨졌다.

김선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