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한겨레’ 낮 상황만 대비 화재훈련 보도
‘대형 인명피해 초래’ 우려가 현실로
‘한겨레’ 낮 상황만 대비 화재훈련 보도
‘대형 인명피해 초래’ 우려가 현실로
요양병원 등에서의 ‘낮 상황’만 가정한 화재 대비 훈련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겨레>는 불과 일주일 전 심야에 울린 화재경보음에 환자들이 ‘죽음을 각오’해야 했던 한 요양병원의 실태를 보여주며 이 문제를 지적(<한겨레> 5월21일치 14면( ▷낮에만…각본대로…대피 훈련, 밤중엔 ‘앞이 캄캄’)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새벽 1시44분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환자 350여명이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파킨슨병이나 뇌신경 중증장애 등으로 혼자 걷기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환자들은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불길을 맞아야 할 상황이었다. 층별로 1명만 배치된 당직 간호사는 환자들의 탈출은 돕지 못하고 전화기로 도움을 요청하느라 바빴다. 다행히 화재경보는 ‘오작동’이었다. 이 요양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한국화재보험협회의 안전검사를 통과했다. 화재안전 우수 대형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28일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는 대전 요양병원 사례의 ‘복사판’이었다. 치매와 알코올 중독 등으로 혼자 거동할 수 없는 이들이 한밤중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불이 난 건물에는 당직 간호조무사 1명만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는 환자 대피는 신경도 못 쓰고 직접 불을 끄려다 질식해 숨졌다. 이 요양병원 역시 이달 들어 자체 점검(9일)을 했고 지방자치단체 안전점검(21일)을 받았다. 두차례 모두 ‘아무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성군이 실시한 안전관리점검 보고서를 보면, 화재 시 대처 방법, 환자 대피 등 모든 항목에 문제없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장성군은 이 요양병원이 화재 안전교육을 ‘매월 1회’ 실시한다고 적어놨다. 모의 소방훈련도 1년에 두 차례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 훈련도 보통 오전이나 낮에 30여분간 진행됐을 뿐이다. 담양소방서 관계자는 “오늘이 상반기 모의훈련 예정일이었다. 모의훈련은 보통 오전에 병원 직원이 모두 참여해 실시한다. 야간훈련은 매뉴얼만 확인한다”고 했다. 안전점검도 정해진 문항에 따라 1~2시간 둘러본 게 전부였다. 보건소 관계자는 “출구에 불이 제대로 켜져 있는지, 소화기가 제대로 있는지 등을 확인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차종호 한국화재소방학회 교수는 “야간 화재 대비 훈련 역시 ‘실전’처럼 진행되도록 법적인 강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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