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권’ 인정 여부에 따라 법원 판단 엇갈려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 사진을 본인 허락없이 성형외과 블로그에 올리면 불법일까, 아닐까? ‘퍼블리시티권’(사람의 초상, 이름 등으로 상업적 이득을 얻을 권리·Right of Publicity)을 재산권으로 보느냐 마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김명한)는 30일 가수 민효린(본명 정은란)씨와 유이(본명 김유진)씨가 “내 얼굴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해 광고한 데 대해 1500만원씩 배상하라”며 성형외과 원장 이아무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병원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누리집과 블로그에 두 연예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명품코 민효린의 매력 분석’, ‘민효린 코 성형 안한 자연산인가’, ‘쌍커풀 수술 했다고 당당하게 밝힌 유이’라는 글과 함께 이들의 얼굴 사진을 실었다가 항의를 받고 삭제한 뒤 피소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두 연예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사용한 글을 누리집 등에 올려 검색 노출 가능성을 높이고 그만큼 많은 사람을 병원으로 유인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면서도 “퍼블리시티권이 아직 그 의미나 범위, 한계 등이 명확하게 정해졌다고 볼 수 없고 이씨가 두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누리집 등에 “코가 서구적인 오뚝한 코로서 타고난 것이고…굳이 그 코처럼 성형수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쌍꺼풀이 자연스럽게 잘 돼서 너무 예쁘네요~~”라고 올린 글에 대해서도 성형수술 전문의로서 의견을 올린 것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두 연예인들의 예명이나 사진을 사용해 직접 수익을 얻었다고 볼 어떤 자료도 없다는 판단 또한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 1심에선 이씨가 두 연예인들에게 각각 3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명재권 판사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우리 법이 아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인간이 자기의 이름, 초상에 대하여 인격권이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도 인정될 필요가 있다”며 “유명인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은 명성, 사회적인 평가, 지명도 등에서 생기는 경제적 이익은 그 자체로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한 점에 비춰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더욱 높은 광고효과를 위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두 연예인들을 언급하고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노출 빈도수를 높이려고 의도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들의 이름,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이균용)도 배우 신은경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진 및 메모를 허락없이 누리집에 올린 한의사 박아무개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박씨 등은 신씨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초상 등을 상품 자체로 사용하거나 상품에 붙이거나 상품의 광고로써 사용하는 등 초상의 고객흡인력을 이용할 목적으로 쓰는 경우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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