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소지·재발 방지책 권고에
교도소 “수백차례 진료…수용 못해”
교도소 “수백차례 진료…수용 못해”
경북북부제1교도소(청송교도소)에 수감중이던 ㄱ(당시 46살)씨는 2010년 정기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 보균자 진단을 받았다. 불안한 마음에 교도소 의료과장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으나, 의료과장은 “걱정하지 말고 식사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2012년 12월 갑작스런 구토와 복통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이송된 ㄱ씨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ㄱ씨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진정을 넣은 지 나흘 만인 지난해 3월16일 숨졌다.
ㄱ씨가 숨진 뒤 진정을 토대로 교도소를 조사한 인권위는 의료 조처 미흡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이 교도소와 법무부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만들고, 수감자의 건강 점검을 소홀히 한 해당 교도소 의료과장에게 ‘주의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청송교도소는 이 권고를 거부했다고 3일 인권위가 밝혔다. 청송교도소는 “ㄱ씨에 대해 2년 동안 낭종과 요도염 등에 대해 700여차례 진료를 실시했다. ㄱ씨의 진료 요구를 무시하거나 방치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권고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인권위에 회신했다. 법무부 역시 교도소 쪽 책임이 없는 진정 사건에 대한 권고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안영진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조사관은 “재소자의 건강검진 결과는 의료과에 통보되며, 의무관은 특이 수용자가 있을 경우 건강 상담이나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교도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건강보험료 납입이 중단된 재소자들의 경우 법무부가 예치한 일정 금액 한도에서만 검진과 진료가 이뤄져 비용이 많이 드는 중대 질환 치료를 일선 교도소가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명백히 법무부가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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