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정치에 대한 관심 높여
‘무한도전’ 영향…젊은층엔 ‘트렌드’
‘무한도전’ 영향…젊은층엔 ‘트렌드’
6·4 지방선거에서도 생애 첫 투표를 한 이가 많았다. 막 성년이 돼 선거권을 받은 이도 있지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방치’했던 권리를 다시 찾아 나선 이도 있다.
‘세월호’는 잠들어 있던 참정권을 깨운 열쇳말이었다. 고교 1학년 딸, 남편과 투표소를 찾은 김아무개(40)씨는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투표를 안 했는데 결과를 보고 후회했다. 나쁜 사람이 뽑히는 것을 볼 수 없어 나왔다”고 했다. 회사원 김동영(30)씨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누가 출마하는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떨어져서 그동안 투표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를 보고 모든 정치가 내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투표를 정치행위보다 ‘트렌드’로 보는 경향도 엿보였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고아무개(25)씨는 “2010년 지방선거 때 투표를 안 했고 지난 대선 때도 하지 않았다.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친구들끼리 투표 ‘인증샷’을 찍어 공유하기로 했다는 고씨의 손등에는 투표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는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친구들하고도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들 하는 투표를 안 하면 뒤처지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투표한 송아무개(28)씨는 “출마자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젊은 유권자들은 당만 보고 투표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유권자 가운데는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고 투표하게 됐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무한도전>은 출연진 가운데 ‘차세대 리더’를 뽑겠다며 공약 발표와 유세, 현장·온라인 투표를 실시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로 개표를 했다. 지방선거와 방식이 비슷해 관심이 컸고, 주요 도시 투표소에 9만5351명이 직접 찾아와 투표했다.
대학생 임혜정(21)씨는 “<무한도전>을 재미있게 봤다. 대선 때도 투표를 안 했는데 이제 ‘투표를 안 했다’고 하면 무지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나왔다”고 했다. 김혜정(30)씨도 “<무한도전>과 에스엔에스(SNS) 투표 독려 메시지의 영향을 받았다. 지방선거 투표는 처음이다. 앞으로도 빠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진명선 박승헌 김선식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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