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당시 현장책임자 밝혀
“꼭대기층에 스프링클러 설치 안해
객실엔 주차장용 설치…작동 의문”
시행사쪽 “당시 건축법따라” 주장
소방방재청쪽 “의혹 철저 조사”
“꼭대기층에 스프링클러 설치 안해
객실엔 주차장용 설치…작동 의문”
시행사쪽 “당시 건축법따라” 주장
소방방재청쪽 “의혹 철저 조사”
* 알펜시아 : 선수단 숙박시설 리조트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선수단 숙박시설 등으로 쓰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의 일부 공간에 화재 대비용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조트 객실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국가화재안전기준에 어긋나, 불이 났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소방 당국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조만간 현장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 당시, 소방시설 설비공사를 맡은 ㅍ산업의 현장 책임자 ㅇ씨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2008년 리조트를 지을 때, 시행사인 강원도개발공사 쪽에서 허가받은 건축물 연면적(건물 전체 바닥면적의 합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공간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호텔과 콘도의 ‘박공층’을 연면적에서 빼는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ㅇ씨는 “알펜시아 리조트의 박공층은 워낙 공간이 넓어 기계실과 창고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도 시행사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ㅇ씨가 말한 ‘박공층’은 이 리조트의 호텔과 콘도 맨 위층을 가리킨다. 수직 타워형 리조트의 호텔과 콘도는 평평한 지붕을 얹는데, 알펜시아는 지붕면이 양쪽 방향으로 경사진 형태를 띠고 있다. ‘여덟 팔(八)’자 모양을 떠올리면 된다. 알펜시아 쪽은 이런 지붕을 한 건물당 5~6개 정도 올렸는데, 그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알펜시아 리조트의 박공층은 통상 높이 5m 이상, 가로·세로 각각 45·25m 정도의 규모다.
ㅇ씨는 2010년 1월 국민신문고에 ‘박공층 소화설비 설치 여부’와 관련한 기준을 질의했는데, 같은 해 1월18일 소방방재청은 “기계실 및 창고 등의 용도라면 박공층에도 소방시설(스프링클러)을 적합하게 설치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2011년 개정된 소방법에서도 박공층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ㅇ씨는 일반 객실과 사무실 등이 있는 객실층 스프링클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ㅇ씨는 “관련 규정을 보면 숙박시설 객실층에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알펜시아 쪽은 겨울철 동파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유로 무리하게 건식 스프링클러 밸브 및 배관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화재안전기준을 보면 숙박시설에는 ‘조기반응형 스프링클러 헤드’를 쓰고 배관도 ‘습식’으로 하도록 돼 있다.
알펜시아 쪽은 이를 무시하고 건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 ㅇ씨 주장이다.
소방 분야의 한 전문가는 “건식 스프링클러는 배관에 물 대신 압축공기가 채워져 있어 불이 났을 때 습식보다 반응이 느린 단점이 있어서 주로 주차장처럼 사람이 없는 공간에 많이 쓰인다. 습식이 들어가야 할 공간에 건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면, 자칫 초기 화재를 되레 키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소방시설의 부실시공 의혹은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로, 현장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 당연히 문제삼을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특별감사만 끝나면 곧바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알펜시아 리조트의 시행사인 강원도개발공사 쪽은 4일 “알펜시아 박공층은 2009년 6월 준공 당시에는 건축법상 ‘공동구’로 분류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습식 스프링클러 설비의 밸브 부분을 건식으로 교체한 건 2010년 강추위에 따른 동파를 막으려는 목적이었으며 이 절차는 감리업체의 감리를 받아 이뤄졌다. 현재도 관련법에 따라 소방시설유지관리업체의 정밀 점검을 해마다 받아 작동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개발공사가 겨울올림픽 유치를 목적으로 2004~2010년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 1조6836억원을 들여 지은 복합 시설물이다. 이 리조트는 올림픽을 치를 스키장과 스키점프 경기장을 비롯해 올림픽 기간에 선수촌으로 쓰일 특급호텔과 콘도, 골프장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성진 박수혁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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