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년간 183만명 지문 확보
실종예방 이외 사용 우려 여전
실종예방 이외 사용 우려 여전
학부모 ㄱ(43)씨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실종 아동 예방을 위한 지문 등 정보 사전등록제 안내’란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보고 의아했다. 그는 “10살만 넘어도 길을 잃어버려 부모를 못 찾는 일은 없지 않나. 왜 지문까지 등록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경찰이 아동 실종 예방과 실종 아동 찾기를 목적으로 시행중인 ‘지문 사전등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인다. 지문이 실종 아동을 찾는 데 유용하지만 실종 아동 찾기만이 아닌 범죄 수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실종아동의 날(5월25일)을 앞두고 지난달 22일 경찰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경찰은 지난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해 모두 120만여건의 아동 지문을 채취한 데 이어 올해도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을 찾는 현장 방문등록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경찰은 2012년 7월부터 이런 ‘지문 사전등록제’를 시행해 모두 183만명의 아동 지문을 확보했다.
경찰은 지문 사전등록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적장애인과 치매 환자 등을 포함한 ‘실종 아동 등의 신고 접수’ 건수는 2011년 4만3000여건에서 지문 사전등록을 시행한 2012년 4만2000여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엔 그 전해보다 8.2% 감소한 3만8000여건으로 떨어졌다. 등록된 지문을 이용해 실종 아동 등을 집으로 돌려보낸 사례는 65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4명이 지적장애인이고 4명은 치매 환자다. 나머지 27명은 4~8살 어린이들이다.
지문 사전등록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편에선 이렇게 수집된 지문을 경찰이 아동 실종 예방 이외의 목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난해 6월 법 개정으로 14살 미만이었던 ‘실종 아동’ 기준이 18살로 바뀌면서 별도의 폐기 요청이 없는 경우 대상 아동이 만 18살이 될 때까지 경찰은 해당 아동의 지문을 보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출 청소년 신원 확인이나 범죄 수사 등에 지문이 활용될 수 있지만, 학부모들은 이런 사실을 충분히 고지받지 못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소년은 가출 뒤 사고에 연루될 수 있고, 유흥업소 같은 곳에서 일하다 경찰에 발견됐는데 신원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 사전등록한 지문이 있으면 보호자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문 사전등록의 근거인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지문 등의 정보를 실종 아동 등을 찾기 위한 목적 외로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해 개인정보인 지문의 활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실종 아동의 개념에 가출 청소년까지 포함돼 있어 등록된 지문이 청소년 범죄 수사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우려가 있다. 이는 법에서 정한 지문 활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진명선 박기용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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