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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종이운동화 20분 만들기도 힘든데…인도아이들은 10시간씩 일해요?”

등록 2014-06-10 19:55수정 2014-06-11 09:33

인도의 아동노동 철폐 운동가인 레니 제이콥이 ‘세계 아동노동 철폐의 날’(6월12일)을 앞두고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영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도의 아동노동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쓰는 물건 어딘가에 아동노동의 결과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아동노동 철폐 운동가인 레니 제이콥이 ‘세계 아동노동 철폐의 날’(6월12일)을 앞두고 지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영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도의 아동노동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쓰는 물건 어딘가에 아동노동의 결과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아동노동철폐의날 맞아 체험행사

6학년생들 그림 색칠하고 자르고…
분주히 일해도 시간 빠듯한데
“색연필 반납을” “3명 빠지세요”
실제처럼 극한상황 내몰자 당황
아동노동 경험하며 한숨짓기도
“우리는 인도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들면 100원을 줄 거예요.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만든 운동화를 모두 사는 건 아니에요. 잘 만들었는지 꼼꼼하게 확인을 한 다음에 사도록 하겠습니다.”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영도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안소정(30)씨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인도 운동화 공장에서 일하는 ‘아동 노동자’가 됐다.

아이들은 운동화 그림이 그려진 A4 용지를 자르고 칸별로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웃음기 많던 아이들이 이내 진지해졌다. 5개 모둠으로 나뉜 아이들 27명은 서로 역할을 나누는 데 한창이었다. “1명은 자르고, 우리 2명은 색칠을 할게. 너는 꼼꼼하니까 마무리작업을 해서 갖다 팔면 되겠다.” 아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운동화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팔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아직 운동화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네요.” 운동화 만들기를 시작한 지 채 5분도 안 돼 안씨가 ‘아동 노동자’들을 다그쳤다. 아이들이 다급해졌다. 손놀림이 빨라졌다.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까 저희가 만든 거 꼭 사셔야 해요.” 아이들은 계속되는 색칠에 팔이 아픈 듯 사이사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오른쪽은 영도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이 ‘종이 운동화’를 만드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오른쪽은 영도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이 ‘종이 운동화’를 만드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얼마 뒤 안씨는 아이들에게 더 어려운 노동조건을 제시했다. 한 모둠에서는 독한 접착제로 인해 아동 노동자 3명이 쓰러져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을 주는가 하면, 다른 모둠에는 운동화를 만들다가 졸았다는 이유로 색연필 2개를 반납하도록 했다. 김지후군은 “그냥 체험인데도 색연필 2개를 뺏기고 나니까 속이 상했다”고 했다. 20여분 동안 아이들이 팔 수 있는 운동화는 많지 않았다.

이날 ‘아동 노동’ 체험학습은 월드비전에서 ‘세계 아동노동 철폐의 날’(6월12일)을 맞아 마련했다. 아이들이 같은 또래 다른 나라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잠시 아동 노동을 체험해본 이석원군은 “20분 동안 종이 운동화를 만드는 것도 힘이 드는데 이걸 10시간씩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힘들 것 같다. 전세계 많은 아이들이 이런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는데, 너무 나만 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체험학습에는 인도에서 아동 노동 철폐를 위해 25년간 활동해온 레니 제이콥(57)도 참석했다. 그는 생생한 사례를 들어 인도의 아동 노동 실태를 학생들에게 알렸다. 담배공장에서 제때 먹지 못하고 쉬는 시간도 없이 매를 맞으며 일하는 ‘아지시’의 얘기에 아이들은 마치 자기 일인 듯 한숨짓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 와서 자기 나라의 아동 노동 실태를 알리는 이유는 분명했다. “아동 노동은 세계 여러 나라가 엮여 있는 문제입니다. 아동 노동이 우리가 쓰고 있는 물건 어딘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가령 한국 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세울 때 거기에 살던 주민들이 강제 이주를 하게 되면 가난에 처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모두가 아동 노동에 책임에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글·사진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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