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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어제 저녁 먹은 새우도?…참담한 ‘노예 노동’의 진실

등록 2014-06-11 16:22수정 2014-06-11 22:20

방글라데시 새우 양식장에서 한 여성이 일하고 있는 모습. 타이와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새우 양식업은 환경 파괴와 노동 착취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시민단체 ‘환경정의재단’(EJP) 누리집 갈무리
방글라데시 새우 양식장에서 한 여성이 일하고 있는 모습. 타이와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새우 양식업은 환경 파괴와 노동 착취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시민단체 ‘환경정의재단’(EJP) 누리집 갈무리
가디언 탐사보도 통해 ‘노예 노동 산물’ 밝혀
이주 노동자 인신매매…유명 대기업이 배후
“탈출하려다 마구 맞았어요. 맞아서 이빨이 남아있지 않아요.”

29살 미얀마 청년 민트 테인은 타이 어선에 노예로 팔린 이주 노동자다. 그의 얼굴은 공포 탓에 일그러져 있고 팔에는 선명한 상처가 나 있으며 손가락은 굽어 있다. 영국 <가디언>은 6개월에 걸친 탐사보도 끝에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타이산 양식 새우가 테인 같은 이들이 노예노동을 한 결과라고 10일 고발했다.

타이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식품회사 ‘시피(CP)푸드’는 세계 최대의 새우 양식업체로 월마트, 테스코, 코스트코 같은 세계적 유통업체에 새우를 납품한다. 시피푸드의 연 매출은 약 330억달러로 ‘세계의 식탁’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시피푸드가 저렴한 가격에 새우를 양식하기 위해서는 사료를 싸게 공급받아야 한다. 여기에 노예노동이 동원된다. 공해상에서 조업하는 타이 노예선들이 미얀마와 캄보디아 출신 이주 노동자를 인신매매해 노동력을 충당한다. 노예선은 새끼 물고기나 식용하지 않는 잡어를 잡는다. 이렇게 잡은 물고기를 시피푸드 양식 새우용 사료 공장 38곳에 공급하는 구조다.

가디언이 6개월에 걸친 탐사보도를 통해 새우 노예 노동에 대한 현실을 밝혀냈다.(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쳐)
가디언이 6개월에 걸친 탐사보도를 통해 새우 노예 노동에 대한 현실을 밝혀냈다.(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쳐)
테인은 2년 전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 타이로 왔지만, 노예선에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미얀마 출신 노동자 3명과 함께 공해상에서 오징어와 참치, 잡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았다. 식사는 하루 쌀밥 한 그릇이며 하루 20시간씩 일했다. 공해상 노예선에서는 구타뿐 아니라 살인 그리고 각성제 투약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신문은 노예선에서 일했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 15명을 인터뷰했는데 이들 중 10명은 동료가 살해당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미얀마 출신 또다른 이주 노동자는 “18~20명 정도 살해당하는 것을 봤다. 총에 맞아 죽은 이도 있고 돌에 묶여서 바다에 던져진 사람도 있고 배에 묶여 몸이 찢어진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노예노동을 하는 숫자를 집계할 수는 없다. 다만, 타이 어부 30만명 중 90%가 이주 노동자로, 상당수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보통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주고 타이에 입국하는데, 브로커가 이들을 노예선 선장에게 판다. 선장은 자신이 브로커에게 쓴 돈을 이주 노동자에게 갚으라고 요구한다. 노동자는 월급은 못 받고 빚만 쌓인다. 한 브로커는 신문에 “한 명당 2만5000~3만5000바트(78만원~109만원) 정도 주면 노예를 알아봐준다”고 말했다.

타이 정부와 시피푸드 그리고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 모두 문제를 알고는 있다. 시피푸드는 성명을 통해 “새우 사료 생산 방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2021년까지 잡어 대신 다른 단백질로 사료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은 모두 인신매매를 비난했다. 인신매매 문제를 다루는 타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고백했다. “브로커를 없앨 수도 있지만 정부가 원하질 않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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