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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월드컵 막오른날…상암경기장선 ‘노부부 따뜻한 결혼식’

등록 2014-06-13 21:44수정 2014-06-13 22:00

노부부는 처음으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는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결혼 40년 만이다. 경남 창원에 사는 부부는 새벽부터 일어나 결혼식 준비를 했다. “사진이 잘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평소보다 조금 진하게 화장을 했어요. 칠순잔치를 3년 앞두고 나도 이제 드레스를 입어 보네요.”

결혼식을 앞두고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김정자(67)씨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김씨 부부는 브라질월드컵 개막일인 13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상암경기장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건 처음이다.

김씨는 1974년 남편을 만났다. 당시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결혼식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남편의 형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들에 조카들까지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어요.” 지난달 30일 웨딩 사진을 찍었다는 김씨는 “예전엔 날씬했는데 살이 쪘다”며 ‘몸매’ 걱정을 했다.

노부부의 지각 결혼식은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주최하는 ‘마침내 열리는 따뜻한 결혼식’ 행사 덕에 가능했다. 김씨가 자식처럼 키운 조카가 기획사 페이스북에 결혼식을 신청했다. 조카는 “부모님처럼 나를 키워준 두 분에게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늦게나마 결혼식을 올려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기획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1만원짜리 ‘크라우드펀딩’으로 결혼식 비용을 마련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노부부 한쌍도 이날 김씨 부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지만 안타깝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부는 자식들에게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지난해에야 ‘죽기 전에 결혼식을 꼭 올리고 싶다’며 자식들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척추 수술이 예정돼 있던 할머니는 40년 만의 결혼식을 위해 수술 날짜를 미룰 정도로 의지를 보였는데, 정작 할아버지가 결혼식 이틀 전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고관절에 금이 갔다. 노부부는 “결혼식 중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했고, 기획사 쪽은 상암경기장에 할아버지가 누울 침대와 응급 상황에 대비한 구급차까지 마련하기로 했지만 결국 결혼식을 포기했다.

최게바라 기획사의 최수민씨는 “인스턴트 사랑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참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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