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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급증하는 자살, 심리치료 앞서 예방적 복지 펼쳐야

등록 2014-06-17 19:12수정 2014-06-17 20:36

지난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열린 ‘한국 사회, 사회적 타살을 묻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세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인턴연구원 tpdlsdl1943@naver.com
지난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열린 ‘한국 사회, 사회적 타살을 묻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세인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인턴연구원 tpdlsdl1943@naver.com
[싱크탱크 광장] ‘한국사회, 사회적 타살을 묻다’ 토론회
서울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는 올해 초 “죄송합니다”를 쓴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지난 5년간 ‘쌍용차 사태’ 이후 자살이나 질환 등으로 사망한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은 25명에 이른다. 이 죽음의 행렬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세 모녀나 쌍용차 해고자의 자살을 두고 단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이제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13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는 이런 물음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는 열띤 토론이 있었다. 진보 성향 사회복지 학자들의 학술모임인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회장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가 주최하고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가 후원한 ‘한국 사회, 사회적 타살을 묻다’란 제목의 토론회다. 실업과 저임금, 질병, 빈곤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요소에 의한 자살 등 이른바 ‘사회적 타살’의 의미를 경제·노동·보건복지 등 다양한 시각에서 살핀 토론회였다.

■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한국은 2004년 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은 암,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과 함께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1995년 사망원인 9위에 있던 자살이 15년 만에 4위로 뛰어오른 까닭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백인립 연세대 교수는 개인심리적 요인보다 사회경제적 요인이 자살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를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르며, 이런 사회적 타살은 98년 이후 급증한 실업, 저임금, 빈곤, 불평등 등 사회구조적 모순이 개인과 가정에 농축돼 나타난 결과로 진단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발생한 실업과 빈곤의 증가가 자살률 급증으로 표출되었다는 분석이다. 1995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0명 안팎에 머물렀지만, 2012년 현재 28.1명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한 데는 이런 구조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자살률 OECD 회원국 중 1위
한국인 4대 사망원인에 꼽혀
실업·빈곤 등 사회경제 모순이
개인·가정에 농축돼 나온 결과

2000년 들어 노령층 자살 급증
가난하고 외로울수록 벼랑끝에
정부 5개년 종합대책 내놨지만
정신보건쪽 치료에만 집중 잘못

특히 2000년대 들어 무서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노령층의 자살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60대 이상 노령층의 ‘자살충동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7.4%)과 질환(36.2%), 고독(11.7%)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노인일수록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는 백 교수가 227개 기초자치단체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자살률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조사 결과, 노인 인구가 많은 강원·충남·충북의 노인자살률은 각각 35.7%, 41.9%, 34.9%로 서울(23.3%)이나 울산(16.7%)보다 크게 높았다. 백 교수는 “이들 지역은 노인이 많은 농촌지역이라는 특징과 함께, 다른 지역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이 있다. 가난한 지역일수록 자살하는 노인도 함께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노동자들의 자살을 두고 한국노동연구원의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배제, 모욕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노동 강도와 업무 스트레스, 모욕적인 감정노동,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이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있고 결국 자살로 이어지게 했다는 설명이다. 장 박사는 “노동자들의 자살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삶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경종”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구해낼 수 있을까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었던 바는 아니다. 정부는 2012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을 제정했고,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두차례에 걸쳐 ‘자살예방 5개년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사회적 타살’을 단지 개인의 ‘심리 문제에 따른 자살’로만 규정하고, 우울증 등 정신보건 쪽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지선 성북구청 복지연계팀장은 “보건소 관계자들은 ‘자살을 줄이려면 우울증 약을 뿌리면 된다’고 한다. 정부의 대책은 치료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 접해보니 많은 이들이 우울증으로 가기 전에 소외와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었다. 예방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명호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소장도 “자살 직전에 개인이 극도의 우울감 등에 빠져 있긴 하지만, 국가가 이를 스트레스·정신과적 문제 등으로만 접근한다면 결국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소득불평등이 ‘사회적 타살’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교성 중앙대 교수가 조사한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와 소득 10분위 배율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소득불평등이 심화할수록 자살자 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난폭한 기업이 불평등과 사회적 타살의 주요 용의자라는 설명이다.

이창근 민주노총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은 “국가가 해고 노동자에게 해야 할 일은 교육과 의료지원이 아니고 더 나은 일자리라는 권고사안이 있다. 일자리는 단순 생계의 공간이 아닌 심리적 사회적 공간이다. 이를 무시한다면 사회적 타살은 은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상지대 교수는 “빈곤한 사람에게 삶이 어떤 의미인지를 살펴야 한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 외에 각 개인에 대해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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