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에 ‘갑질’ 교감 구속
현금 6500만원과 그림 등 챙겨
시험문제 정보도 미리 흘려줘
현금 6500만원과 그림 등 챙겨
시험문제 정보도 미리 흘려줘
정교사 채용의 대가로 기간제 교사들한테서 수천만원을 건네받은 사립학교 교감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교감은 금품 일부를 상납했으며, 기간제 교사들을 회식 자리에 수시로 불러 술값을 내게 하는 등 ‘갑질’을 해온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송규종)는 정교사 채용의 대가로 기간제 교사 2명에게서 현금 6500만원과 400만원 상당의 한국화 두 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수도전기공고 황아무개(50) 교감을 구속 기소하고, 이 돈의 일부를 상납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학교법인의 여아무개(53) 관리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교감에게 돈을 건넨 기간제 교사 정아무개(33)씨와 다른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 이아무개(60)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황 교감은 2012년 11~12월 이 학교 기간제 교사 정아무개씨한테서 정교사 채용 청탁과 함께 현금 3500만원이 든 가방, 400만원 상당의 한국화를 건네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또 이아무개 교사한테서는 “기간제 교사인 아들을 정교사로 채용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황 교감은 정씨 등 2명에게 전공시험 출제 영역과 출제 비율, 논술시험 지문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려줬고, 이들은 전공시험과 논술시험에서 각각 1등을 했다. 정씨는 정교사로 채용됐지만 이씨의 아들은 인·적성 검사에서 탈락해 채용되지 못했다. 그는 다음에 다시 정교사 채용시험에 응시해야 해 돈을 돌려 달라는 말도 꺼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황 교감이 마련한 회식 자리에 수시로 불려가 술값을 대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황 교감은 정씨에게서 받은 금품 가운데 현금 500만원과 한국화 한 점(200만원 상당)을 교사 채용 업무를 총괄한 학교법인의 여아무개 실장에게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전기공고는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마이스터고여서, 한전 인사처 소속 부장인 여씨가 학교법인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었다. 여씨는 이밖에도 정교사 채용시험 응시자들의 논술시험 점수를 뒤바꿔 탈락자 3명을 합격자로 처리한 혐의(업무방해)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여씨는 “엑셀 작업 도중 실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한전 감사실은 교사 채용 비리 투서를 접수해 지난 1~2월 내부감사를 벌였지만 돈거래를 밝혀내지는 못했고, 제보를 받은 검찰의 수사로 금품 거래가 드러났다. 송규종 형사7부장은 “정교사 채용 과정에서 거액의 현금이 오간다는 소문이 현실로 확인됐다”며 “특히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높은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 과정에서 만연한 비리 관행을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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