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상습절도범이 국민참여재판서 무죄받은 까닭은?

등록 2014-06-18 20:11수정 2014-06-18 22:21

120만원 꺼냈다 곧바로 돌려줘
배심원은 5-4로 무죄 판단 우세
검찰 “절도 모두 무죄날 판” 반발
전과 11범인 상습절도범이 출소 두 달 만에 재범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가 국민참여재판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 다수와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지만, 검찰은 “이런 게 무죄라면, (절도 사건) 전부가 다 무죄”라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한 마사지 가게에서 현금 120여만원을 훔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절도)로 기소된 김아무개(5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일용노동자인 김씨는 지난 1월 서울 서초동 한 마사지 가게에 들어가 주인이 없는 사이에 카운터 서랍에서 5만원권 22장 등 현금 123만7000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인 가게 주인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당시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김씨가 카운터에 몸을 구부리고 있기에 다가가서 ‘뭐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바지 왼쪽 주머니에서 현금 120여만원을 꺼내 돌려주면서 ‘나는 10원 한 푼 건드리지 않았다. 세어보시라’고 말하기에 우선 돈을 돌려받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도 법정에서 “김씨는 현장에서 현금을 훔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전날 과음을 해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증언했다.

배심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4명이 유죄, 5명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가게 주인의 진술은 상당히 믿을 만하다.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다. 김씨에게 강한 유죄의 심증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김씨가 카운터에서 돈을 꺼내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이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과 같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배심원 다수 의견을 좇아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카운터 앞에 요금표가 있는데 카운터 안쪽으로 돌아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김씨는 과거에도 업소나 병원에서 이런 수법으로 금품을 훔쳤고, 걸리면 되돌려줬다. (국민참여재판이 아니라) 일반 재판이었다면 당연히 유죄 판결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훔치는 장면을 녹화하거나 목격한 직접 증거가 없어 무죄라면, 거의 모든 절도 사건이 다 무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배심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데 무죄로 기운 것은 과도한 양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절도죄로 실형을 두 번 이상 선고받고 출소한 지 3년 안에 다시 절도죄를 저지르면,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징역 6년 이상이다. 김씨는 2010년 이후에만 절도죄로 3번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습절도범으로서 지난해 11월 출소했다. 유죄일 경우 최소 6년 이상을 복역해야 하는데다, 피해자 또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상당수 배심원들의 마음이 기울었다는 얘기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1.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2.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3.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4.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법원 “민의 왜곡 위험성, 죄책 무겁다” 5.

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법원 “민의 왜곡 위험성, 죄책 무겁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