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4년간 결함 388건, 그중 136건이 미해결
불안한 KTX 열차
4년간 결함 388건, 그중 136건이 미해결
불안한 KTX 열차
388건. 케이티엑스(KTX)산천 열차가 2010년 운행을 시작한 이후 4년간 발생한 결함 누적 집계다. <한겨레>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을 통해 입수한 ‘케이티엑스산천 운행 이후 하자 발생 및 조치 결과’를 보면, 388건 가운데 136건(35%)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22일 발생한 ‘차축(바퀴를 통해 차량의 무게를 지지하고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 중공부 내부 부식 현상’은 여전히 원인 규명 중이고, 지난해 1월18일 발견된 케이티엑스산천 차량 금속 부식(발청, 녹이 발생하는 현상)도 원인 불명이다. 지난 1월17일 발생한 ‘차륜과 차체 접촉’은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장 최신의 열차가 갖가지 병을 안고 선로를 달리는 셈이다. 코레일노조 박현수 차량조사국장은 “보통 새 자동차는 몇 년간 점검이 필요 없는데 열차는 신규 도입하면 2~3년은 오히려 결함 찾고 해결하느라 더 고생한다. 열차 제작 업체가 승객까지 태우고 시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산 고속열차 KTX산천
운행 이후 결함 388건이나
모터블록, 배터리 고장에
차량과 차축까지 부식돼
“승객 태우고 시험하는 셈”
코레일은 57건 결함 알았지만
8000억원 들여 240량이나 구입
차량을 검사하는 회사 2곳에선
제작사나 코레일에서 옮겨 간
간부들이 일하고 있어 운전석 화면 꺼진 ‘블랙스크린’ 결함 케이티엑스산천은 운행 7개월 만인 2010년 10월 모터블록 고장으로 국내 최장 터널인 부산 금정터널 안에 멈춰 서는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력장치 고장으로 연산역에서 멈췄다. 2011년 2월에는 제동장치 고장으로 운행이 43분 지연됐고, 부산에서 배터리 고장이 났다. 같은 달 광명역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2011년 8월 케이티엑스산천을 제작한 현대로템에 리콜을 요청하고 323억원대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코레일은 케이티엑스산천의 문제를 몰랐던 걸까. 그렇지 않다. 2012년 감사원의 ‘케이티엑스 운영 및 안전관리 실태’ 자료를 보면 “코레일이 영업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결함 57건을 알면서도 60량을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과 코레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케이티엑스산천의 결함 중에는 운전석 신호 화면이 꺼져 운전 자체가 불가능한 ‘블랙스크린’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8078억원을 들여 케이티엑스산천 240량을 구입했다. 잦은 고장을 일으킨 케이티엑스산천은 기존에 프랑스에서 도입한 케이티엑스에 비해 제작 기간과 시운전 기간이 짧았다. 철도공사가 1994년 6월14일 프랑스 알스톰사와 케이티엑스-Ⅰ 차량 46편성 920량에 대한 구매 계획을 체결하고 2011년 국내 반입이 될 때까지 제작에 약 5년이 걸렸다. 반면 케이티엑스산천은 2006년 6월8일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차량 100량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3년 만에 납품받았다. 차량 시운전 기간도 기존 케이티엑스는 52개월, 케이티엑스산천은 36개월이 소요됐다. 필요 없는 속도전을 하느라 도입 전에 결함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이 허비된 셈이다. 관피아 문화와 안전불감증이 합쳐지면 어떤 참극이 발생하는지를 우리는 세월호 사고로 생생히 목격했다. 불법 증축된 세월호는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의 부실검사를 2차례 통과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9일 국토해양부 퇴직 관료를 구속했다. 퇴직 관료 양아무개씨는 2011년 11월 국토해양부 6급으로 현장 감사를 하면서 당시 한국선급 오아무개 회장으로부터 퇴직 뒤 취업 제의를 받고 감사 지적사항을 빼준 혐의를 받고 있다. 철도 신규 차량 검사는 어떨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신규 철도 차량검사를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ROTECO)과 케이알이엔시(KRENC) 2곳이 도맡아 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코레일 퇴직자가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티엑스산천을 제작하는 현대로템 퇴직자 7명이 철도차량엔지니어링(2명)과 케이알이엔시(5명)에 재직하고 있다. 차량검사 업체인 2곳에 확인된 수만 해도 코레일 퇴직자가 19명이다. 현대로템 인력이 검사 업체로 가는 ‘철피아’ 문화 아래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불안한 차량만큼 정비 수준도 마찬가지다. 코레일 정비 인력은 2003년 7000여명에서 5181명으로 감소했다. 코레일은 줄어든 인력으로 정비가 불가능해지자 매뉴얼을 대폭 축소했다. ‘철도 차량 유지 보수 지침’은 2009년 이후 거의 매년 축소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객차에 대한 정비 매뉴얼을 규정한 145쪽만 봐도 2010년 삭제된 규정이 4개다. 대신 정비 주기는 늘어났다. 종착역에 도착할 때마다 정비를 받던 새마을·무궁화호는 현재 3500㎞를 달려야 검수 대상이 된다. 일일 1회 정비를 받던 전기기관차, 디젤기관차, 디젤동차는 각각 1000㎞, 2800㎞, 3500㎞로 정비 주기가 변경됐다. 케이티엑스와 케이티엑스산천의 정비 주기는 2010년 8월 2500㎞와 3500㎞에서 5000㎞로 늘어났다가 잦은 고장으로 문제가 되자 불과 넉달 뒤 변경됐다. 현재 케이티엑스의 정비 주기는 2500㎞, 3500㎞ 등으로 혼선 운용되고 있다. 객차의 경우 운임이 비쌀수록 그나마 안전한 셈이다. 박현수 차량조사국장은 “프랑스 고속철도가 5000㎞ 달린 뒤 정비를 받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와 점검체계, 선로 기반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차량을 혹사시킬 만큼 자주 운행하지도 않고, 곡선구간이나 산악지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정비 주기조차 준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월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객차 정기검수 도래 차량 해소 실적 현황’을 보면 무궁화·새마을호 1200대 가운데 160대가 정비 시기를 초과한 상태에서 운행됐다. 정비 주기를 두 배 이상 초과한 열차가 10여대였고 이 가운데 8배 이상 어긴 사례도 있었다. 특히 화물열차 정비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레일 노조가 지난달 입수한 화물차량 정비 현황을 보면, 정비 주기를 13배 이상 어긴 열차도 있었다. 코레일은 일상 검수 가운데 일부를 부족한 전문 정비 인력이 아닌 수송원(열차 차량을 붙여 편성을 만드는 업무 담당자)에게 맡겼다. 박현수 국장은 “수송원들은 일일 8시간씩 3~4회 교육을 받고 정비 인력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열차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5일 무궁화호 열차에 축상 발열(열차 바퀴에 불이 붙어 바퀴가 깨지거나 축이 녹아버려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발생했고, 지난 2월2일과 3일에도 새마을 열차에서 축상 발열로 운행이 긴급 중지됐다. 정비 불량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3월 중순부터 한달간 화물열차 고장 사고가 12건 발생했다. 800억원 틸팅열차, 1100억원 해무를 아시나요 세월호 침몰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열차 정비 수준은 과거로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공기업 민영화라는 명목으로 안전과 관련된 인력과 비용은 축소됐다. 반면 수요 예측은 고사하고 왜 개발하는지, 어디에 쓸 것인지조차 모르는 철도 관련 개발에는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 곡선 철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틸팅열차 개발이 대표 사례다. 국토부는 2008년 2월 신기술이라며 틸팅열차를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2011년 제2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을 발표해 철로 직선화 정책을 선언했다. 열차 기술 개발과 국토부의 정책은 엇박자였고, 800억원대를 들여 개발한 틸팅열차는 오송차량기지에 방치돼 녹이 슬어 있다. 국토부 산하 철도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도 800억원대의 연구비가 버려진 틸팅열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철도 관련 기업의 임원 김아무개씨는 “철도기술연구원이 철도 업체들의 신기술을 검증하지만, 정작 연구원들이 벌이는 프로젝트를 검증할 만한 기관은 국내에 없다. 철도기술연구원 간담회에 참석해 진행 중인 연구들의 상용화 계획을 물었더니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100억원대의 연구비를 투입한 고속철도 해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속 430㎞를 달리는 해무가 개발 7년 만인 지난해 시험주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개발 7년 동안 시속 430㎞의 고속열차가 달릴 만한 전용 선로가 없다는 점이다. 해무는 세계에서 4번째 높은 속도를 달성했지만 시험선로가 부족해 광명~부산을 시속 400㎞대가 아닌 300㎞로 달리고 있다. 감사원도 3년 전 “해무를 상용화할 노선이 없기 때문에 기술 성과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 기반시설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017년 상용화 계획만 갖고 있을 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운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인천공항철도와 케이티엑스를 연계하기 위해 2700억원대를 투입해 운행시간이 고작 3~14초 줄어든 사업도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 서울역~인천국제공항(49.3㎞) 구간을 운행하는 공항철도 구간에 케이티엑스(시속 230㎞)를 투입하는 인천공항철도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감사원이 열차 운행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케이티엑스가 투입돼도 서울역~인천국제공항은 3초, 인천국제공항~서울역 구간은 14초 단축되는 데 그쳤다. 인천공항철도가 시속 110㎞에 설계돼 있기 때문에 케이티엑스가 달려도 신호 시스템 문제로 최고속도가 시속 15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이런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공항철도 연결 사업은 케이티엑스를 인천공항까지 직접 연결해 이용자들의 환승 불편을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인건비 아낀다고 정비는 줄이면서 목적 잃은 개발비에 수천억원을 낭비하는 철도 정책은 어딜 향해 질주하는 것일까.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운행 이후 결함 388건이나
모터블록, 배터리 고장에
차량과 차축까지 부식돼
“승객 태우고 시험하는 셈”
코레일은 57건 결함 알았지만
8000억원 들여 240량이나 구입
차량을 검사하는 회사 2곳에선
제작사나 코레일에서 옮겨 간
간부들이 일하고 있어 운전석 화면 꺼진 ‘블랙스크린’ 결함 케이티엑스산천은 운행 7개월 만인 2010년 10월 모터블록 고장으로 국내 최장 터널인 부산 금정터널 안에 멈춰 서는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력장치 고장으로 연산역에서 멈췄다. 2011년 2월에는 제동장치 고장으로 운행이 43분 지연됐고, 부산에서 배터리 고장이 났다. 같은 달 광명역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2011년 8월 케이티엑스산천을 제작한 현대로템에 리콜을 요청하고 323억원대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코레일은 케이티엑스산천의 문제를 몰랐던 걸까. 그렇지 않다. 2012년 감사원의 ‘케이티엑스 운영 및 안전관리 실태’ 자료를 보면 “코레일이 영업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결함 57건을 알면서도 60량을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과 코레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케이티엑스산천의 결함 중에는 운전석 신호 화면이 꺼져 운전 자체가 불가능한 ‘블랙스크린’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8078억원을 들여 케이티엑스산천 240량을 구입했다. 잦은 고장을 일으킨 케이티엑스산천은 기존에 프랑스에서 도입한 케이티엑스에 비해 제작 기간과 시운전 기간이 짧았다. 철도공사가 1994년 6월14일 프랑스 알스톰사와 케이티엑스-Ⅰ 차량 46편성 920량에 대한 구매 계획을 체결하고 2011년 국내 반입이 될 때까지 제작에 약 5년이 걸렸다. 반면 케이티엑스산천은 2006년 6월8일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차량 100량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3년 만에 납품받았다. 차량 시운전 기간도 기존 케이티엑스는 52개월, 케이티엑스산천은 36개월이 소요됐다. 필요 없는 속도전을 하느라 도입 전에 결함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이 허비된 셈이다. 관피아 문화와 안전불감증이 합쳐지면 어떤 참극이 발생하는지를 우리는 세월호 사고로 생생히 목격했다. 불법 증축된 세월호는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의 부실검사를 2차례 통과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9일 국토해양부 퇴직 관료를 구속했다. 퇴직 관료 양아무개씨는 2011년 11월 국토해양부 6급으로 현장 감사를 하면서 당시 한국선급 오아무개 회장으로부터 퇴직 뒤 취업 제의를 받고 감사 지적사항을 빼준 혐의를 받고 있다. 철도 신규 차량 검사는 어떨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신규 철도 차량검사를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ROTECO)과 케이알이엔시(KRENC) 2곳이 도맡아 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코레일 퇴직자가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티엑스산천을 제작하는 현대로템 퇴직자 7명이 철도차량엔지니어링(2명)과 케이알이엔시(5명)에 재직하고 있다. 차량검사 업체인 2곳에 확인된 수만 해도 코레일 퇴직자가 19명이다. 현대로템 인력이 검사 업체로 가는 ‘철피아’ 문화 아래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불안한 차량만큼 정비 수준도 마찬가지다. 코레일 정비 인력은 2003년 7000여명에서 5181명으로 감소했다. 코레일은 줄어든 인력으로 정비가 불가능해지자 매뉴얼을 대폭 축소했다. ‘철도 차량 유지 보수 지침’은 2009년 이후 거의 매년 축소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객차에 대한 정비 매뉴얼을 규정한 145쪽만 봐도 2010년 삭제된 규정이 4개다. 대신 정비 주기는 늘어났다. 종착역에 도착할 때마다 정비를 받던 새마을·무궁화호는 현재 3500㎞를 달려야 검수 대상이 된다. 일일 1회 정비를 받던 전기기관차, 디젤기관차, 디젤동차는 각각 1000㎞, 2800㎞, 3500㎞로 정비 주기가 변경됐다. 케이티엑스와 케이티엑스산천의 정비 주기는 2010년 8월 2500㎞와 3500㎞에서 5000㎞로 늘어났다가 잦은 고장으로 문제가 되자 불과 넉달 뒤 변경됐다. 현재 케이티엑스의 정비 주기는 2500㎞, 3500㎞ 등으로 혼선 운용되고 있다. 객차의 경우 운임이 비쌀수록 그나마 안전한 셈이다. 박현수 차량조사국장은 “프랑스 고속철도가 5000㎞ 달린 뒤 정비를 받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와 점검체계, 선로 기반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차량을 혹사시킬 만큼 자주 운행하지도 않고, 곡선구간이나 산악지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난 정비 주기조차 준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월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객차 정기검수 도래 차량 해소 실적 현황’을 보면 무궁화·새마을호 1200대 가운데 160대가 정비 시기를 초과한 상태에서 운행됐다. 정비 주기를 두 배 이상 초과한 열차가 10여대였고 이 가운데 8배 이상 어긴 사례도 있었다. 특히 화물열차 정비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레일 노조가 지난달 입수한 화물차량 정비 현황을 보면, 정비 주기를 13배 이상 어긴 열차도 있었다. 코레일은 일상 검수 가운데 일부를 부족한 전문 정비 인력이 아닌 수송원(열차 차량을 붙여 편성을 만드는 업무 담당자)에게 맡겼다. 박현수 국장은 “수송원들은 일일 8시간씩 3~4회 교육을 받고 정비 인력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열차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5일 무궁화호 열차에 축상 발열(열차 바퀴에 불이 붙어 바퀴가 깨지거나 축이 녹아버려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발생했고, 지난 2월2일과 3일에도 새마을 열차에서 축상 발열로 운행이 긴급 중지됐다. 정비 불량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3월 중순부터 한달간 화물열차 고장 사고가 12건 발생했다. 800억원 틸팅열차, 1100억원 해무를 아시나요 세월호 침몰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열차 정비 수준은 과거로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공기업 민영화라는 명목으로 안전과 관련된 인력과 비용은 축소됐다. 반면 수요 예측은 고사하고 왜 개발하는지, 어디에 쓸 것인지조차 모르는 철도 관련 개발에는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 곡선 철로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틸팅열차 개발이 대표 사례다. 국토부는 2008년 2월 신기술이라며 틸팅열차를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2011년 제2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을 발표해 철로 직선화 정책을 선언했다. 열차 기술 개발과 국토부의 정책은 엇박자였고, 800억원대를 들여 개발한 틸팅열차는 오송차량기지에 방치돼 녹이 슬어 있다. 국토부 산하 철도기술연구원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도 800억원대의 연구비가 버려진 틸팅열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철도 관련 기업의 임원 김아무개씨는 “철도기술연구원이 철도 업체들의 신기술을 검증하지만, 정작 연구원들이 벌이는 프로젝트를 검증할 만한 기관은 국내에 없다. 철도기술연구원 간담회에 참석해 진행 중인 연구들의 상용화 계획을 물었더니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100억원대의 연구비를 투입한 고속철도 해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속 430㎞를 달리는 해무가 개발 7년 만인 지난해 시험주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개발 7년 동안 시속 430㎞의 고속열차가 달릴 만한 전용 선로가 없다는 점이다. 해무는 세계에서 4번째 높은 속도를 달성했지만 시험선로가 부족해 광명~부산을 시속 400㎞대가 아닌 300㎞로 달리고 있다. 감사원도 3년 전 “해무를 상용화할 노선이 없기 때문에 기술 성과가 사장될 우려가 있다. 기반시설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017년 상용화 계획만 갖고 있을 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운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인천공항철도와 케이티엑스를 연계하기 위해 2700억원대를 투입해 운행시간이 고작 3~14초 줄어든 사업도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 서울역~인천국제공항(49.3㎞) 구간을 운행하는 공항철도 구간에 케이티엑스(시속 230㎞)를 투입하는 인천공항철도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감사원이 열차 운행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케이티엑스가 투입돼도 서울역~인천국제공항은 3초, 인천국제공항~서울역 구간은 14초 단축되는 데 그쳤다. 인천공항철도가 시속 110㎞에 설계돼 있기 때문에 케이티엑스가 달려도 신호 시스템 문제로 최고속도가 시속 150㎞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이런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공항철도 연결 사업은 케이티엑스를 인천공항까지 직접 연결해 이용자들의 환승 불편을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해명했다. 인건비 아낀다고 정비는 줄이면서 목적 잃은 개발비에 수천억원을 낭비하는 철도 정책은 어딜 향해 질주하는 것일까.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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