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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표이앤씨’와 무슨 관계길래…금 가는 궤도를 놔두고 있나

등록 2014-06-20 20:04수정 2014-06-22 10:11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표이앤씨의 제안으로 독일 출신의 위르겐 볼프 공학박사가 2011년 5월31일~6월3일 전라선 인화 제2터널 인근에 부설한 궤도를 점검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 수록된 사진들. 삼표와 철도기술연구원이 공동 개발해 국산화를 이룬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에서 부설 5년도 지나지 않아 일정 간격마다 균열이 발생해 돌로 위치를 표시했다.(왼쪽) 콘크리트에서 시멘트 분말이 나오고(오른쪽 아래) 콘크리트 패널을 가로지를 정도의 균열도 일어났다.(오른쪽 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표이앤씨의 제안으로 독일 출신의 위르겐 볼프 공학박사가 2011년 5월31일~6월3일 전라선 인화 제2터널 인근에 부설한 궤도를 점검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 수록된 사진들. 삼표와 철도기술연구원이 공동 개발해 국산화를 이룬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에서 부설 5년도 지나지 않아 일정 간격마다 균열이 발생해 돌로 위치를 표시했다.(왼쪽) 콘크리트에서 시멘트 분말이 나오고(오른쪽 아래) 콘크리트 패널을 가로지를 정도의 균열도 일어났다.(오른쪽 위)
[토요판] 철피아들의 선로
이아무개 한국철도시설공단 연구원장은 평일이었던 2011년 6월18일 한 골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 골프 접대를 한 사람은 장항선(경부선 천안~호남선 익산 구간) 노선 공사를 한 시공회사 전무였다. 이날은 국토해양부 관료들의 ‘목금 연찬회’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불과 사흘 뒤였다. 국토해양부 관료들이 목·금요일에 업체 후원으로 휴양지에서 간담회와 연찬회를 하고 주말에 골프 향응을 받아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빗발칠 때였다. 김아무개 해외사업본부장도 사흘째 케이티엑스(KTX) 열차가 3차례 멈춰 철도 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그해 7월17일 민간업체 대표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 2011년 9월23일 국토해양위원회(현재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속기록을 보면 이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가 드러난다. 결국 ‘철피아’ 문제였다.

차명진 국토해양위원회 위원 2011년 6월18일, 골프를 치셨어요. 누구하고 쳤어요?

이아무개 한국철도시설공단 연구원장 선배하고 쳤습니다.

차 위원 그냥 선배? 철도고등학교요?

이 연구원장 예.

차 위원 철도고등학교 선배는 업무하고는 관련이 없습니까?

이 연구원장 저희들 업무하고 관련성은 조금 있었습니다.

차 위원 뭐 하시는 분인데요?

이 연구원장 시공사 임원이었습니다.

차 위원 골프 비용을 그분이 냈지요? 누가 들으면 웃어요. 그다음, 김아무개 해외사업본부장님 나오세요. 2011년 7월17일, 그때 누구하고 골프 쳤습니까?

김 해외사업본부장 이아무개란 사람과 저희 가족하고 이렇게 했습니다.

차 위원 가족까지 데려갔어요? 그분이 뭐 하시는 분이에요?

김 본부장 하도급 업체입니다.

차 위원 안전패스 설치업체 하도급 대표, 그렇지요?

검찰은 ‘전방위 로비’ 수사중

이들은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그해 9월과 12월 철도시설공단을 퇴직했다. 그러나 곧바로 철도 관련 민간업체 대표와 임원으로 각각 재취업했다. 이 연구원장을 전무로 영입한 업체는 현재 철피아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표이앤씨다. 삼표이앤씨는 이 연구원장뿐 아니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출신 간부를 연이어 영입했다. 2009년 11월 퇴직한 손아무개 철도기술공단 기술본부 궤도기술팀 과장을 스카우트한 데 이어 신아무개 코레일 전 사장도 영입했다. 신씨는 현재 삼표이앤씨 대표이사 겸 부회장을 맡고 있다.

검찰은 삼표이앤씨가 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정아무개 회장과 아들을 출국 금지하고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삼표이앤씨는 1980년부터 침목, 레일체결장치, 레일, 분기기(철도에서 열차 또는 차량을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옮기기 위하여 선로에 설치한 설비) 등 철도 관련 핵심 부품들을 생산한다.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다. 삼표이앤씨는 2007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4공구(1000억), 2012년 호남고속철도 2공구(1716억), 2013년 호남고속철도 고속 분기기(283억) 등 굵직한 사업을 수주했다. 2006년부터 8년간 궤도 분야 수주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런 실적이 잇따라 ‘철피아’들을 영입한 것과 과연 무관치 않을까.

더 큰 문제는 수주 1위 업체가 시공한 궤도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철도시설공단이 이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철피아 문제와 떼놓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특히 안전성 문제가 심각한 사업은 삼표이앤씨와 철도기술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PST)다. 유럽의 철도 기업이 궤도 분야 기술을 주도하는 가운데 삼표이앤씨는 레일 아래 사전 제작한 콘크리트 패널을 까는 공법을 국산화했다고 홍보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삼표에 400억원대의 공사를 맡겼다.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 8월 중앙선 망미터널(5.8㎞), 2012년 7월 경전선(반성~진주, 1.7㎞) 구간에 사전제작 콘크리트 패널을 시험 부설하고 지난달 호남고속철도(익산~정읍, 7.8㎞)에서도 같은 공사를 마쳤다. 철도시설공단은 이외에도 올해까지 동해남부선의 부전~송정역, 신경주~포항, 진주~광양 복선화 사업 등 10여곳에 삼표이앤씨의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 부설을 허가했다.

<한겨레>는 2011년 독일 궤도 전문가가 삼표의 개발 기술이 고속철도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입수했다. 삼표가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를 개발한 뒤에 직접 국외 전문가에게 의뢰해 사전 평가를 받은 보고서다. 독일 철도공사의 토목 및 교통 엔지니어링 자문을 맡아온 위르겐 볼프 공학박사는 삼표의 제안으로 2011년 5월31일~6월3일 전라선 인화 제2터널 인근에 시범 부설된 구간을 방문했다. 2006년 부설된 궤도에서 시공 5년 만에 각종 균열이 확인됐다. 볼프 박사는 “콘크리트 중앙에 빈 공간이 크게 있기 때문에 열차 운행으로 부과되는 하중을 지지하기에 적합한 단일구조가 아니다. 이 때문에 균열이 발생하고 하중 때문에 콘크리트가 휘어지게 된다. 또 햇빛으로 인한 높은 온도 차이 때문에 균열이 형성된다. 현재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삼표가 적용한 시스템은 고속열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라고 결론을 냈다. 삼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독일 전문가의 보고서를 받고 기술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표를 그만둔 또다른 관계자는 “독일 전문가 자문을 거친 뒤에도 충분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삼표이앤씨가 부설한 구간에 문제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때는 지난해 6월. 독일 전문가의 보고서가 작성된 지 2년이 지나서다. 코레일은 삼표이앤씨가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 공법으로 부설한 망미터널 현장 점검을 벌였다. 균열이 발생하고 깨진 궤도 충전재가 342곳이었다.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한 민간업체가 공사를 끝내면,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이 통상 점검을 한다. 코레일의 강태구 자문위원은 “궤도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독일 전문가가 2년 전 지적한 문제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공단과 공사 간부 적극 영입한
궤도분야 수주 1위 삼표이앤씨
독일 전문가에 부적합 자문받은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 강행
균열 발생했지만 공사 수주받아

코레일만 하던 선로 유지·보수
전라선 익산~신리 민영화 뒤
민간업체 중 최초로 삼표가 맡아
침목-선로 분리만 860곳 달해도
측정자료 코레일과 공유 안돼

선로 밑에 맨홀이 발견되는 곳도

삼표이앤씨와 계약한 철도시설공단은 이러한 지적에도 ‘부적합’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철도시설공단은 같은 해 8월 성능검증심의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삼표의 사전제작형 콘크리트 궤도를 보완하고 호남고속철도에 도입해 문제가 없을 때까지 최종 승인을 미룬다는 뜻이었다. 한 철도 관계자는 “국내에 제대로 된 궤도 전문가는 없다고 보면 된다. 국산화를 기치로 삼표가 기술을 개발했지만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지도 않고 부설했다”고 지적했다.

삼표는 궤도 시공뿐 아니라 최초의 선로 유지·보수 민간업체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선로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담당하는데 전라선 익산~신리(35.2㎞) 구간은 2012년 처음 민영화됐다. 문제는 삼표가 선로 유지·보수 측정 자료를 코레일과 원활하게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레일 기관사들은 매일 열차를 운전하면서도 민간업체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선로의 안전성을 알지 못한다. 특히 이 선로 구간은 8200곳의 균열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침목과 선로가 분리되는 균열이 860곳인 것으로 지난해 4월 코레일이 조사했다. 코레일 노조 관계자는 “이 구간에서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승객이 넘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궤도 검측차 등 유지·보수 장비를 한 세트 구비하려면 수십억원이 드는데 민간업체가 이 장비들을 모두 구입해서 정비를 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코레일 노조 관계자는 “삼표이앤씨가 시공한 궤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로 밑에는 구조물이 없어야 하는데 경춘선 선로 밑에 맨홀이 발견될 만큼 각종 부실 공사가 발견된다. 코레일은 공사 완료 뒤에 인수 단계에서만 확인을 거치기 때문에 부실 시공에 대한 문제 제기에 한계가 있다. 유지·보수 비용도 막대하고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당신이 국내에서 열차를 타고 달린다면 삼표가 시공했거나 납품했거나 유지·보수한 선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찰 수사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공사를 끝낸 선로의 안전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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