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시행인데 사각지대 여전
연금 20만원이 소득으로 간주돼
급여 줄거나 기초수급 박탈 우려
시민단체 “연금·수급 중 선택 불합리”
연금 20만원이 소득으로 간주돼
급여 줄거나 기초수급 박탈 우려
시민단체 “연금·수급 중 선택 불합리”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소득 하위 70%의 65살 이상 노인에게 매달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제가 다음달 1일 첫걸음을 내딛는다. 정부는 안정적 노후소득 보장과 노인빈곤 완화 등을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제가 노인빈곤의 실질적 해소에 기여하려면 기초생활수급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보장 대책 마련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7월1일부터 기초연금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23일 밝혔다. 1인 가구를 기준으로 매달 소득(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 포함)이 87만원 이하인 만 65살 이상 노인이 대상이다. 기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을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기초연금 첫 지급일은 기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와 기초연금 신규 신청자에 대한 수급자격 평가가 끝난 직후인 7월25일이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제도 도입의 목적으로 “안정적 소득기반 제공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 “노인 빈곤 완화” 등을 내세웠으나, 복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이 제도가 소득 하위 70% 노인 가운데서도 최하위라 할 수 있는 기초생활 수급권자 노인한테는 되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로 선정되면,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등 모두 7개 항목의 급여를 지급받는다. 이 가운데 생계·주거급여는 현금으로 지원되는데,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면 이를 소득으로 간주해 같은 금액만큼 깎인 생계급여를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같은 소득 하위 70% 노인이라도 일반 노인은 최대 20만원을 추가로 받는 반면, 기초생활 수급권자 노인은 한푼도 더 받지 못할 수 있다.
기초연금 수령으로 아예 기초생활 수급자격을 박탈당하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항목은 최저생계비(1인 가구 기준 월 60만3403원) 이하의 소득밖에 벌지 못하는 가구에 최소한 최저생계비만큼은 보장해준다는 취지다. 그런데 최대 9만9100원의 기초노령연금이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으로 바뀌며 오른 연금액 탓에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면, 기초생활 수급자격을 빼앗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덕에 현금성 급여 이외에 의료비나 전기요금 등을 할인받아 생계를 꾸려가던 노인층한테 수급자격 박탈은 생존의 위협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최저생계비 기준이 워낙 낮아 기초생활보장제에 따른 생계급여가 여전히 제 구실을 못하는 한국 공공부조 제도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기초연금은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기초생활보장법 취지나 우리 현실에 더 맞는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수급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는데, 기초연금 도입으로 노인빈곤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빈곤 노인을 상대로 선택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이분들에게도 기초연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 등 지원은 최저생계비의 부족분을 보충해주는 ‘보충급여’의 원칙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기초연금을 추가로 지급하면 중복지급에 해당한다”며 반박했다. 대신 복지부는 오른 기초연금 탓에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노인한테는 기초연금제 시행 이후 2년간은 의료급여 혜택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대상 노인이 5000명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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