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월17일 1심 선고 공판 때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공판서
박래군 인권운동가에 질문
전문성 부족 주장하려는 의도에
재판장이 질타…방청객들도 야유
박래군 인권운동가에 질문
전문성 부족 주장하려는 의도에
재판장이 질타…방청객들도 야유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사들이 피고인 쪽 증인으로 출석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에게 영어와 법학 지식을 시험하는 식의 모욕적 질문을 던지다가 재판장에게 제지당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 심리로 열린 이 의원 등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 상임이사는 “사회에서 혐오하는 의견조차도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재훈 검사는 박 상임이사에게 “(증인이) 자유권규약에 대해 여러 내용을 설명했다”며 “자유권규약은 상당히 유명한 조약인데 영어 약자를 아느냐”고 물었다.
최 검사에 앞서 강수산나 검사도 박 상임이사에게 “내란음모, 미수, 기수 등을 구분할 수 있느냐. 살인미수, 강도미수 등 미수범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런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 의원 쪽은 박 상임이사를 통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증언을 듣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검찰은 영문 표현이나 법률 지식을 캐물으며 증인의 ‘전문성’에 흠집을 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이런 질문에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이 의원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굉장히 모욕적인 질문”이라며 항의했다. 이에 최 검사는 박 상임이사가 전문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재판장은 큰 소리로 야유를 하던 방청객을 법정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내가 듣기에도 그건 모욕적인 질문이었다. 틀린 이야기를 하면 틀린 부분만 지적하면 되지 ‘당신이 뭘 아느냐’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은 잘못됐다. 증인을 무시하는 식으로 신문하는 것은 (검사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박 상임이사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대해 증언하러 법정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미제국주의라는 말을 쓰든 어떤 말을 하든 표현 하나하나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인권과 거리가 멀다. 동의하지 않거나 혐오하는 소수의 사상조차도 표현할 수 있도록 옹호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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