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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관심병사 분류 주먹구구…“군생활 힘들어” 한마디에 ‘B급’

등록 2014-06-24 20:11수정 2014-06-24 21:58

군 수색팀 장병들이 무장 탈영한 임아무개 병장을 생포하기 위해 23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와 마달리 사이 도로에 배치돼 있다.고성/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군 수색팀 장병들이 무장 탈영한 임아무개 병장을 생포하기 위해 23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와 마달리 사이 도로에 배치돼 있다.고성/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병사 관리제도’ 도마위에

지속적인 상담 이뤄지지 않고
부대내 알려지는 것도 문제

선정과정 객관화하고
낙인효과 방지 등 개선책 필요
#1. 조리병으로 복무하고 지난해 8월 전역한 김아무개(22)씨는 이병 시절 한 ‘말 한마디’를 지금도 후회한다고 했다. 당시 김씨는 ‘군대 생활이 어떠냐’는 조리장의 말에 “힘들다”고 답했다. 며칠 뒤 조리장은 그를 행정실로 불러 이것저것 물었다. 김씨는 솔직히 털어놨다. “생각했던 것보다 군 생활이 힘들고, 선임병들이 이렇게 괴롭힐 줄 몰랐다.” 이 말을 들은 조리장은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대수롭지 않게 한 이 말로 그는 ‘성격장애’ 판정을 받고, 중점 관리 대상인 ‘B급 관심 병사’가 됐다.

김씨는 24일 “당시 상황이 심각한 건 아니었다. 그냥 대부분 동료들이 고민하는 내용들을 말했을 뿐인데 관심병사가 됐다”고 했다.

#2. “내 아이도 A급 관심병사였다.” 여군 대위로 퇴역한 김아무개(49)씨는 지난해 제대한 아들이 관심병사였다고 했다. 김씨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여군 교육대대에서 교무장교로 오래 일했다. 그래도 부적응 사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들이 군에서 지속적으로 전문적 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결국 낙인만 있고 보호는 없는 결과가 초래되는 셈”이라고 했다.

동료 사병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육군 22사단 임아무개(22) 병장이 관심병사였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관심병사 제도와 관리 과정의 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관심병사 제도의 정확한 명칭은 ‘보호관심병사 제도’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육군 규정941(사고 예방 및 처리 규정)’을 보면, 관심병사는 △인성검사 결과 △전문상담관 상담 △지휘관 관찰·면담 등을 토대로 A·B·C급으로 나뉜다. 이 등급에 따라 추가 상담이나 진료를 받거나 특별 캠프(그린·비전 캠프)에 입소한다. 캠프는 일반적으로 2주 혹은 3박4일로 짜인다. 우선 ‘미술치료’, ‘음악치료’, ‘스트레스는 나의 힘’ 따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짧은 캠프를 거친다. 이후 지휘관 책임 아래 적응을 유도하고 한달 뒤 ‘애프터 그린캠프’로 적응 상태를 확인한다.

하지만 조리병으로 전역한 김씨나 퇴역 군인 김씨의 아들 사례처럼 관심병사 선정부터 관리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군복무 부적응자 인권상황 및 관리에 대한 실태조사’를 보면, ‘부적응 병사’의 45.5%는 ‘병영생활 전문상담관과 면담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누가 관심병사인지가 부대 안에 쉽게 알려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육군 장교는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육과 멘토링,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휘관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선정·관리 과정을 좀더 객관화하고 ‘낙인 효과’를 막는 등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영지 방준호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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