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8]
‘일본어 교사’ 꿈꾸던 김현정양-엄마가 딸에게
내 딸, 예쁜 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 덧니 현덕. 현짱.
아빠의 감탄사, 아이고~우리 딸 다리 좀 봐. 박세리 언니 다리보다 더 튼튼하다고 놀리면 앙탈 부리던 내 딸.
내 딸. 엄만 아직도 니가 왜 먼저 먼길을 떠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왜 엄마하고 약속 안 지켜. 나중에 나이 많이 들어서 니가 언니 돌봐 준다고, 엄만 걱정하지 말라면서 그렇게 약속해놓고 왜 먼저 간 거니.
하루종일 니 생각만 하는데 왜 니가 없다는 생각이 안 들까. 아직도 니 방, 니 책상, 니 교복 모든게 그대로 인데. 구석에 핀 작은 들꽃을 봐도 니 생각이 나고 살랑 부는 바람에 니가 옆에 있는 느낌이 나.
언니가 현정이 막 보고 싶다고 울어. 엄마가 듣던 말던 학교 갔다오면 계속 쫑알 거리는 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 이렇게 이쁜날 친구들과 하루종일 수다 떨면서 쫑알거릴 내딸. 엄만 모든게 미안해. 이렇게 이쁜 바람 엄마만 맞아서 미안해. 따스한 햇살 엄마만 받아서 미안해. 좋은 음악 있다고 이어폰 엄마 귀에 꽃아주던 내 딸. 이젠 엄마 혼자 들어서 미안해. 밥도 엄마만 먹어서 미안해. 아침에 깨워서 내딸 현정이 밥 먹여 줘야 하는데 못해서 미안해.
내 딸 영영 볼 수 없는데 엄만 먹고 자고 이렇고 있는거 미안해. 이젠 내 딸에게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어서 미안해. 수학여행 갔다오면 하복 입어야 하니까 교복 꼭 다려달라고 부탁하고 갔는데 입혀주지 못해 미안해.
내 딸은 없는데 이곳에 없는 내 딸을 찾는 마음 너무나 어둡고 아파.
연재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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