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당시 삼성→이회창쪽 자금 전달
시기·액수 일치 X파일 신빙성 더해가
옛 국가안전기획부 도청테이프(엑스파일)에 나오는 삼성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이 1997년 ‘세풍 사건’ 수사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세풍 사건 수사기록을 보면, 이회창 후보의 동생 회성씨는 △97년 9월 초순께 10억원 △10월 초순께 10억원 △10월 하순께 30억원 △11월 초순께 10억원 등 모두 60억원을 삼성 쪽으로부터 대선자금 지원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97년 9월 초순께 받은 10억원과 10월 하순께 받은 30억원 부분은 도청테이프 녹취록과 그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의 97년 9월9일치 녹취록을 보면 홍 전 사장은 이 본부장에게 “이회성씨한테서 ‘9월8일 지구당위원장 연찬회 때 오리발(현금)이 필요하니 집행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전 토요일(6일) 밤 집으로 오라고 해서 2개(2억원)를 차에 실어 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이회성씨가 검찰에서 “97년 9월 초순께 1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과 액수만 다르고 시점은 거의 일치한다.
또 10월7일치 녹취록을 보면 이 본부장은 홍 전 사장이 “이○○가 10억원을 달라고 전화가 왔던데요”라고 하자, “이○○는 일단 10월 말까지 빼놓고, 이회창씨는 30개(30억원)를…”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97년 10월 하순께 30억원을 받았다”는 이회성씨의 검찰 진술과 시점과 액수가 정확히 일치한다.
또 10월7일치 녹취록에는 홍 전 사장이 이미 15억원과 30억원을 이회창 후보 쪽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홍 전 사장은 이 본부장에게 “두명이서 15개를 운반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30개는 무겁더라구. 이번에는 비서실 김인주가 믿을만하니까 그 친구, 나, 이회성 셋이서 백화점 주차장에서든지 만나 가지고…”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수사기록에는 이회성씨가 10월7일 이전까지 20억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홍 전 사장의 ‘배달사고’를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 전 사장은 99년 보광 탈세 사건 수사 때 삼성 돈 30억원의 배달사고를 일으킨 혐의가 드러난 바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세풍 사건’ 수사 때 삼성 돈 60억원이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의 집 부근에서 이회창 후보 쪽에 전달된 것으로 밝혀져 홍씨가 돈 전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확인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검사들도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는 검찰에 맡겨달라”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한편,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15일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철씨가 소환에 응해 오면 김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오정소 전 안기부 차장과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미림팀의 도청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한편,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15일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철씨가 소환에 응해 오면 김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오정소 전 안기부 차장과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미림팀의 도청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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