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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햄버거집 살인사건’ “검사과실 국가책임” 판결

등록 2005-09-14 19:17수정 2005-09-14 22:16

출국정지 늦어 용의자 도주, 대법 “유족들 진상규명 기회잃어”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 사건’ 용의자를 출국정지하지 않은 검사의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숨진 조아무개(당시 22살)씨의 유족들이 “검사의 수사 소홀로 진상규명 기회를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검사의 위법행위로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이 인정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1997년 대학생이었던 조씨는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가게 화장실 안에서 목과 가슴 부위를 흉기에 8차례 찔린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미 군무원 자녀인 패터슨과 에드워드 2명을 살인 공범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을 냈으나 서울지검은 에드워드만을 살인죄로 기소했다. 두 명 모두 혐의를 부인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사용 결과 에드워드의 진술이 거짓으로 판정됐으며 △패터슨의 키가 작아 조씨의 목덜미를 찌르기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패터슨은 흉기를 미8군 영내에 버린 혐의(증거인멸죄) 등으로만 기소돼 1심에서 장기 1년6월 단기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98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살인죄로 기소된 에드워드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고, 에드워드의 무죄는 1999년 9월 확정됐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난 98년 11월 유족들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형사3부의 김아무개 검사는 패터슨을 출국정지한 뒤 기간이 만료된 99년 8월23일에는 출국정지 조처를 연장하지 않았다. “같이 일하던 수사관이 뇌물 사건에 연루돼 경황이 없었다”는 이유였다. 김 검사는 같은 달 26일 법무부로부터 출금 기간이 만료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뒤늦게 출국정지 조처를 연장했으나 이미 패터슨은 같은 달 24일 미국으로 도주한 뒤였다.

이에 대해 조씨 유족들은 담당 검사를 고소하고 에드워드에 대해 민사소송을 냈지만 각각 무혐의 결정과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어 검사의 과실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 모두 “검사의 위법행위가 인정되지만 아직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만큼 유족들의 법익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검사의 불합리한 업무처리로 수사나 재판의 진행이 곤란하게 됐다면, 이를 시정할 뚜렷한 방법을 갖지 못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를 잃은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김검사 한테서 시말서를 받고 구두 경고하는선에서 징계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또 패터슨의 도주 사실이 알려진 뒤 검찰은 미국 쪽에 사법공조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해 사건은 현재 ‘영구미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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