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티브로드의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 흥국 생명빌딩 앞에서 케이블방송 노조인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지부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민주노총이 연 ‘슈퍼갑질 근절 촉구 및 케이블업종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뒤 한 조합원이 깔아 놓은 손팻말 위에 누워 잠시 쉬고 있다. 이종근 기자
협력업체 설치기사들 ‘갑의 횡포’ 비판
티브로드 “일방 주장일뿐” 반박
티브로드 “일방 주장일뿐” 반박
종합케이블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는 전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케이블티브이 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판다. 상품 판매와 설치, 애프터서비스는 모두 협력업체가 한다.
티브로드 케이블망 설치기사 1600여명의 작업 유니폼은 춘추복·하복·동복이 있다. 한 벌에 1만4500원 정도인 조끼부터 겨울에 입는 6만3000원짜리 동복을 구입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티브로드와 협력업체가 절반씩 비용을 분담했다고 한다. 케이블방송사업자 협력사들의 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올해는 협력업체가 이 비용을 모두 내게 했다. 게다가 유니폼 제작은 티브로드 모그룹인 태광그룹 계열사에서 한다. 하청업체들이 내는 돈이 다시 태광으로 들어가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하도급업체에 물품 등의 구매를 강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케이블망 설치에 쓰이는 동축케이블 등을 티브로드 쪽이 지정한 업체에서만 구입하게 한다고 했다.
희망연대노조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민주노총은 26일 티브로드 본사가 있는 서울 신문로2가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티브로드와 씨앤앰 등 케이블방송사업자의 ‘갑질’ 근절과 케이블업종 비정규직 문제 해결, 시청자 권리 확보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월 방송법 시행령이 가입자 수 규제를 완화하면서 케이블방송사업자 사이에 가입자 유치 전쟁이 불붙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조직 슬림화와 비용 줄이기 차원에서 상대적 약자인 하청업체에 각종 불공정 행태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는 “유니폼 제작 비용을 떠넘긴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품질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해 케이블티브이협회 차원에서 공동구매하고 있으며, 비용의 50%를 우리가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특정 업체의 제품 구입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케이블방송의 지역공공성과 가입자 권리 확보, 다단계 하도급 금지, 생활임금 지급,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 파업에 들어갔다. 티브로드의 협력업체는 17일 직장폐쇄를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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