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경찰서, 작년부터 시행
신학대학 교수가 재능기부 도움
동네여성이 피해자 이야기 경청
21개 가정, 상담 뒤 재신고 없어
신학대학 교수가 재능기부 도움
동네여성이 피해자 이야기 경청
21개 가정, 상담 뒤 재신고 없어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ㄱ(44·서울 구로)씨는 지난 4월 만취 상태에서 대걸레로 자신을 폭행하는 남편 ㅂ(49)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남편은 형사입건됐다. 그 뒤 경찰이 다시 한번 집을 방문했다. 이번엔 경찰만 온 게 아니었다. 한영신학대 가정폭력상담소장 김은혜(54) 교수, ㄱ씨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까지 ‘비밀 친구’로 동행했다.
김 교수는 ㄱ씨와 남편 ㅂ씨를 상담했고, 비슷한 나이의 여성 동행자는 친언니처럼 ㄱ씨 이야기를 들어줬다. 이들이 집을 방문하고 두달이 지나는 동안 남편은 술을 마시기는 해도 ㄱ씨를 때리지는 않는다.
ㄱ씨가 받은 ‘특별한 애프터서비스’는 서울 구로경찰서가 지난해부터 실시해온 ‘아름다운 동행’ 프로그램이다. 구로구에 있는 한영신학대 소속인 김 교수는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역의 중년 여성 33명을 ‘마니또’(비밀 친구)로 선발해 현장 상담 때마다 동행하도록 했다. 가정폭력 담당 김민제(32) 경장은 “마니또가 살아온 경험을 얘기하면서 융화되다 보니 상담자가 속마음을 훨씬 잘 털어놓는다”고 했다.
‘마니또’로 활동하는 정춘란(54)씨는 “나는 무조건 피해자의 편을 들어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은 정씨에게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구로경찰서 여성보호계 조원철(59) 계장까지 4인1조가 함께 갈 때도 있다. 조 계장의 역할은 ‘딸을 설득하는 친정아버지’다. 조 계장 등이 상담을 한 젊은 부부는 이혼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가정폭력은 재범률이 높은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상담한 가정 21곳의 경우 지금까지 재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교수는 “가정 내 문제라고 공개하길 꺼리는 피해자들이 상담소에 제 발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동행’은 가정폭력이 갖고 있는 특성을 고려한 ‘효과적인 개입’”이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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