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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종로서만 37년…시위현장 터줏대감 정년퇴임

등록 2014-06-30 19:14

이문희(60) 경위
이문희(60) 경위
종로경찰서 정보과 이문희 경위
“최루탄 사라지자 화염병도 줄어
경찰·시위대 시위문화 함께 바꿔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만 37년을 근무한 정보과 이문희(60·사진) 경위가 30일 정년퇴임을 했다.

1976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77년 종로구 가회동 파출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경비·교통 업무를 거쳐 90년부터 24년 동안 종로서 정보과에서만 일했다. 자연히 ‘종로 정보통’으로 통한다. 그를 거쳐간 경찰서장만 30명이다.

전·의경 제도가 없던 80년대 다른 젊은 경찰들과 함께 야간 철야조에 편성됐던 이 경위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많았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도심 시위가 끊이지 않던 80년대 초 야간 통행금지 시간에 수도경비사령부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장갑차를 대놓고 그 옆에서 총검술 시범을 하곤 했다. 그는 “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저격당한 ‘10·26 사건’ 이후 90년대 중반까지 이른바 민주화운동 절정기에 종로와 광화문, 명동 일대는 매일 시위로 아수라장이었다. 화염병과 돌, 가스탄이 난무했고 경찰은 젊은 청년이나 학생들만 보면 마구잡이로 연행하던 시대였다”고 했다.

유난히 집회와 시위가 많은 종로였기에 그는 남다른 경험도 많았다.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 그는 83년 야간통행금지 해제, 2002년 북파공작원 가스통 시위,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2004년 대통령 탄핵시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꼽았다.

그가 종로서 근무를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관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6층짜리 화신백화점이었다. 87년 종로 도로확장계획에 따라 철거된 화신백화점 자리에 지금은 종로타워빌딩이 들어서 있다. 이 경위는 “그 시절과 달라진 종로의 모습처럼 지금 집회·시위를 보면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느낀다. 99년부터 경찰이 최루탄을 쓰지 않았는데, 이후 화염병 등을 쓰는 폭력시위도 덩달아 많이 줄었다. 경찰과 시위대가 함께 시위문화를 바꿔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퇴임식에서 그는 “후배들이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태어나도 종로경찰서 형사로 일하고 싶다. 매일같이 출동하던 집회·시위 현장이 정말 그리울 것 같다”며 눈시울이 붉거진 그는 “다른 곳보다 집회·시위가 많아 힘들지만 종로서 후배들도 ‘1번지 경찰’의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사진 이문희 경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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